황급히 벗어난바람의 꽁무니오다 걸린 그대로꽃이 되었다피고지는 얼마간은울다 웃는 입꼬리로진붉은 비단으로 팔랑이는수줍은 포엽이여변조가 자유로운 그녀의 계절까지만들어 흔들었을 비루한 기록들조탁한 아침을 맞을 때까지엉켜 있는 실을 풀어라붉은 포엽 안에서 발아하는하얗고 고운 꽃이하루빨리 발색하는 이야기를내가 들어야 하니.* 부겐베리아 : 키우기 쉬운 식물 중의 하나로 정열과 영원한 사랑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색의 포엽을 가진 부겐베리아는 넝쿨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가운데 작고 흰 꽃을 돋보이게 하는 주변의 포가 화려한 개화시기가
어느 바람을 기다리든지산길 모롱이를 지나돌아올 날이 있을 겁니다.이슬 떨려 내리는 새벽마다 들리는봄가지 물 품는 소리혹여 순간을 보지 못하면 어떡합니까가지마다 터지는 봄이 맺은 노란 매듭흥건히 풀어 번질잦은 봄비도 부디 찾지 말기를그리움이 풀어지기 전에고요히 있어도 아련해지는꿈에라도 가는 저 산가장 먼저 건네주는 속내알싸한 노란 향에 막혀 오는먼 산 전하는 그리움돌아오는 바람결에 온다합니다가만히 벙글대며 웃는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 꽃 :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의 동백이 생강나무이다. 빨간 동백나무 꽃을 ‘노란 동
둥근 초록 대롱에 있었던지루한 생장(生長)을 마치고꽃판 여는 때를 기다린 나에게긴 유리병을 보이며소녀가 물어온다이곳은 답답하겠지?맞아, 그럴 거야나는 아마도 답답할 것이고물이 닿지 않은 대궁의 심장이팔딱이는 모습도 안쓰럽겠지마음을 열어 준 소녀처럼더 단단하고 활발하게선명히 벌어지는 빛깔로처연히 떨어질 때까지는조금 덜 답답할 거야안부를 물어주는 소녀그 맑은 얼굴을 마주한 뒤세상의 고마운 눈빛들을품었다가 열어 줄 거야* 튤립 : 일종의 암호 같은 메시지로 감정표현을 하게 된 꽃말의 부여는 17세기 터키에서 발상이 되어, 19세기 프랑스
어떤 이도 예상 못했던푸른 눈물도 뚝뚝 시를 쓰는 날에는가까운 벗도 먼 산에 있다누가 보든, 보고서 손짓을 하든속살이 잎이 되든,꽃잎이 볕을 보려고뒤집힌 반원을 만들어 눈이 부시든도도한 개화에속살 핏빛 드는 심비디움애석한 겨울 볕에 몸을 쬐는뿌리보다 긴 길을 떠나는거대하고 섬세한 여행자다가는 길에 누군가 만나진다면흙 한 줌 얻어 틔운 싹이라도 주고 가는바람도 누워 부는 한 낮그 산에 가는 꿈을 꾸는 중이다* 심비디움 : 크고 화려하며, 풍성한 꽃을 피우는 서양난이며, 미인과 귀부인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과연 꽃의 자태답다. 음이온
살갗을 에는 눈빛이연두빛 물소리를 내는 날이면둥근 몸 하나로 만든 그 숲 안에새벽의 레몬그라스 정령으로아, 너의 리듬은 유려하구나열렬하게 햇살 번진 하늘에모은 가지 끝 바라볼수록긴 여름 뜨겁기만 하던끈적이던 언어로 엉켜 붙던 때는 지나고속살거리며 몸 씻던 나무 한 그루가잔잎 벌여 정연하게 만들었던 숲그 길을 지나 돌아가는 얼굴들을문득 불러 세우는 너는 작은 겨울이지만이미 소생하는 품에서누구를 품어 보냈는지영혼이 간지럽히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나는 길고 큰 숨을 이곳에서마음대로 내었다가 들이 쉬겠네비릿하게 얼굴을 감싸버린 봄인가 보다*
벌써 오신 줄 알았는데마음보다 늦었어요먼저 걸어가던 길 끝에서기다리는 줄 알았는데너무 급한 당신은 돌아갔나 봅니다숨 쉴 때마다 번져오는그리운 시간들이모퉁이 돌기도 전에저만 벌써 새봄 인 듯수줍게 도약하는발끝을 세웠어요등이 길어 굽은 당신은햇살 터지는 풀숲에서콧등 주름지게 바라만 보네요산란하여 터지는 봄의 속살이품어서 아끼는 당신인 것 같아서초유(初乳)에 적신 입술망설이는 당신에게 내밀어 보아요* 개나리 자스민(carolina jasmine) :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습니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봄부터
매화첩(花紙)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말이죠환월(幻月) 아래서 시문을 읽는 그녀는 마치연두색 꼬투리 속 청완두가 돌아눕는비릿한 향을 내는 매화가지에 바람처럼 앉아서생각하나 흔들리면 밤도 따라 기울던서걱이며 갔다가 돌아오는 길을암향(暗香)으로 흔들리게 하구요다시 호흡하는 법과 작은 길을 내어 준그녀 앞에 앉으면한소끔 더 익은 술을 내어 오던 밤달빛 같은 청매를 화선지가 읽어 내고월매도 한 폭이 펼쳐지는 때에는길고 그윽한 바람 한 줄기에이지러져 지는 달도 돌아보지요일지매(一支梅) 흔들리는 창도 밝은데 말이죠* 매화 : 설중매, 조매, 동매
나는 솔매화찬바람에 숨이 차는 날에는 온통윤이 나는 향을 바르고바람이 모르는 곳에서노랗고 따뜻한 잔별을 만든다둥지를 만들어 올 어미를 기다리다가철따라 갈 줄을 몰랐던 어린 새그때부터 길을 잃었을 새는동지를 보내고 낮이 많아질 때 쯤몇 밤을 날아갈 날개를 준비하다가잦아든 솔매화 숲부디 의연하여라차가운 날이 가고 나면너의 날개가 준비한 하늘이 올 테니네가 별처럼 꿈 꾸다가먼 하늘 날아갈 이야기를 속살거려 주겠니나는 매화보다 진했을 홍화(紅花)빈 등 보여주던 어미에게절명의 깃을 접는 너의 입속에흐르는 감로수가 되고 있으니.* 왁스플라워
무슨 고집을 그리 피워바람 부는 날에는앉을 데도 없을텐데꽃탑을 쌓아가는휘청거리는 나비들날개짓이 바쁘다몰자비(沒字碑) 비스듬히 누워 있은들다시 새길 사연을 누가 기억할까만한뎃잠 자는 탑신(塔神)앞에굳은살로 뻗은 잎맥마다엎드려 쌓아가는 곡진한 꽃완상(玩賞)을 거듭하는 날일수록잘게도 번져가는 향유는모질고 먼 시간이 끝 날 즈음무딘 가지 사이에서 배아하는까만 씨앗서 있을 만큼의 시간만 허락한절대의 공전(公轉) 속에곧 무너질 꽃탑 언저리금석에도 못 새길 고요가 기다린다* 층꽃나무 : 겨울에는 말라서 풀로 분류되어 층꽃풀이라고도 하며, 분홍빛
내 몸은비를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보이지 않는 경계를 하고기다리는 사막둥근 알로 기다리던 그 사막의반쯤을 벗어나서 보이던 신기루는별이 뜨고 빛나던 선명한 등성이에서초혼하던 외겹의 흰 옷이기도 하고간절히 스며들수록이염(移染)은 쉽지 않아서내려놓아야 했던 숨소리절절히 갈라놓던 꽃부리로부터머지 않는 곳에서 오고야 말 것이니앉은 채 맞이하는 내 불손의 꽃대궁을너그러이 받아주어요흔들리며 기다리는 발아(發芽)의 시간이여* 거베라 : 여러 가지 꽃색을 가진 거베라는 유난히 색이 선명하다. 일반 거베라도 많은 이용이 있지만, 스파이더 거베
빠르게 들어오는 어둠은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창조하는 시간을 배려하는 것다시 만들어 내야 하는절색의 초저녁은이렇게 넓은 품을 만들었는데내 몸에 가득한 그대 향기여주름 잡힌 이 시퍼런 융단에짙은 멍이 되는 속살어느 곳에 가던지 유묵(遺墨)이 곱던당신의 손 끝에꽃잎 펼친 이 곳에서 보낸 연서는겹겹이 피기 시작한 꽃잎이지다시 먼 곳에서 들려오는꽃이 만드는 시간돌아가 기다리는 암전(暗轉)* 리시안셔스 : 꽃잎이 겹과 홑의 종류로 단정하고 풍성한 꽃이다. 자연스런 품위가 있으며 화려함을 가지고 있기도 이 꽃은 주연 같으면서 빛나는 조연이다.
말라가던 꽃은 땅으로 배어들었고암반 아래 물기를 더듬는고답적인 힘만 남겼다시리고 건조한 공기만이채향하는 이기를 부리지만당당히 걸어오는 흰 몸짓에예포소리 선명하다초승달로 베어낸 차가운 조각이 미려(美麗)한 꽃에게혜원은 부디 그대의 화원에 맞는채홍빛 훈훈한 봄을 그려 주오* 크리스마스 로즈 : 헬레보루스라고도 하며 꽃색이 여러 가지다. 원산지인 유럽 등에서는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 한다. 불안으로부터 나를 진정시켜 주세요 라는 꽃말을 가졌으며, 꽃집에서는 지금부터 3월까지 여러 용도로 많이 쓰이는 감성적인 느낌을 가진 꽃이다.정소란(시인
향유는 뿌리까지 내려와갈 길 찾아가는 법을 알리고거대한 십리목(十里木)임을바람에게 회유(懷柔)하는방년의 발랄한 체리세이지지는 때를 잊고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골목에서희고 밝은 불이 켜질나무가 되고 싶은 꽃그런 봄 나무가 되는 꿈은온통 봄이 되는 것시린 땅에 눈물겨운 싹을 내고비행을 준비하는 얇은 꽃잎과성하를 벗어난 여린 줄기의온도를 기억하는 나는 가난한 시인너처럼 가벼운 시 한줄 놓고 간다* 체리세이지 : 연약한 꽃대를 가졌으며 내한성이 좋다. 건조한 땅에도 잘 자라며, 군식을 하면 꽃물결을 이룬다. 꽃에 꿀이 많아 벌 나비가 많이
그 떠들썩한 증상이 시작된 것일까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는 공포처럼간질거리는 엷은 꽃잎에더운 물을 끼얹어 보지만다시 살아나는 악(惡)이 난무한 곳에먼 봄날에서 날아왔는지반짝이는 해안에서 본 적도 없고가지고 싶은 전부를 다 가진 얼굴아직은 아닐거라는 확신에등불처럼 밝혀오는 치명적인 빛깔에촘촘하게 적어 보낸 안부바람이 먼저 읽기 전에명징한 낙화를 기다려야지씨앗 하나 가져갈 길도 막아버리는낮게 흔들리는 바람에도빙 빙 돌며 움츠리는 나는 박약한 사람어느 꽃그늘을 만들어야 할까그림자도 소스라치게 떠는데날아보아라 절세의 융단눈부신 꽃잎으로 하늘
겨울이 한창인 하늘퍼렇게 쏟아내는 풋내를 휘젓고 노는나비 한 마리소음이 사라진 뒤에 펼치기 시작한비벼내는 여린 날개가 가상하다너는 꼭 철없는 생각시면서의심하는 이도 없는 곳에서 펄펄 나는한 마리 자유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아검붉은 흙에서 나오는 연두로부터보아줄 너를 불렀지바다 건너에는 늙은 곁눈이지고 마른 것도 잊고 청순을 탐하여다급한 밤낮을 보낸다는데이대로 곱게 보아주던지정절(貞節)한 꽃대 크는 시간에는등을 돌려주면 좋을텐데굉음 속으로 사라진 글도 있었고푸른 핏물 받던 말도 있었지만그때 흩어진 달그림자 조각까지깊은 골짜기에 묻어버렸
몇 밤을 보내고 여기 왔는지거친 비가 오는 소식을 듣고도넘어오던 언덕을당신이 서 있던 언덕을보고 싶던 그날만큼정명(正名)되지 못한 아픔당신이 만든 심장에서 시작하였지이만 용서할까수없이 물어보던 자리에누가 대신 앉았다가 돌아갔는지얼마나 아팠는지 흐느끼던 소리에도검고 흰 싹이 돋는다잎맥에서 벌어지는 전투적인 생존그럴수록 새벽마다 걸러둔 긴 선몽에도꽃은 멍을 지우지 못한 채비 그친 배경 뒤에서 기다리는오래된 품그만 간 듯하여도 얼굴을 덮지 말고한 낮 덮쳐오는 태양처럼미끌미끌한 그 길빠르게 훑고 지날 조문길을 열어주며당신도 긴 그림자 앞세
바람 찬 날을 보내고도 눈부신 황국이제야 피는 이유를 묻기도 전에고개를 돌리는 저 오만!저릿하게 뻗쳐오는 신경이잘 접어 말려둔 기억에도 아파옵니다여기가 퇴계(退溪)의 집인지쓰러진 볕도 물리고 앉은 도연명(陶淵明)의 앞인지문 밖에 심은 꽃을 보는 나도흔들리는 시공에 있습니다집 하나 지어서 국화 그려 걸던 인정은명문(名文)도 버리고 달도 지우더니탱자나무 울타리 너머로 가던 은일자(隱逸者)돌아가던 모퉁이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절명하지 못한 꿈을 품고모호한 말에도 흔들리는 절개이 절개 그려주던 선비는 떠나고남긴 자화상잦은 바람에 흐려질 꽃색
소스라친 모습으로 나를 보던 날은풋물이 터질듯 한 하늘을 받친훤칠한 정자에 앉았다가 오던 길야윈 대궁에 눈길도 뜨거워꽃은 열병에 타고 있어단봉(丹鳳)을 보낸 가슴을 닮았던 그대누구도 빤히 들여다보고그대의 시간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지금부터는 평조(平調)의 노래를 준비하오땅으로 다시 스며드는 모습이 부끄러울 것도 없으나그래도 서운한 사람 몇 몇은황홀한 천일을 다시 보고 싶으니얼마동안은 그대로 있어주겠지만삭은 뿌리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고저린 잎맥들은 풀 먹은 빗소리를 기다리는늙은 노새의 발과 같아나는 애석한 그대의 시간에 시를 몇 줄 얹을
고운 바람에도 낯을 가리는 그이는어디론가 침잠하는바다 하나를 만들었을까몇 가지 종적만진하게 남기고 간 그이는가다가 몇 번을 돌아보았을까내 출생기를 들려주던그 시간은 차마피해서 갔을까골반에 걸터앉은 강렬한 색그때서야 열리기 시작한 꽃잎이었다던내 이야기에아미치도록 보고 싶은 그이그이는 어디에서 생각을 멈추었을까하다만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면보내지 않아도 되는길을 열어 놓았을 것을짙푸른 나무에 기다리는 유전인자로이제부터 시작하는 통증붉고도 붉다.* 동백: 겨울에 피는 꽃이라고 하여 동백(冬柏)이라 하며, 봄에 피는 꽃은 춘백(春柏)으로
이제 와서 보니 잘 한 일입니다아무도 없던 늪이 보낸 뿌리 서넛꽃이 자다 깨는 시간도 볼 수 있는 요행입니다마음 한 점 돋지 않는 눈빛이던초록이끼가 결대로 붙은 옹기를눈앞에 당겨 보니새 봄에 날려 보낼 어린새 품은휘어진 산허리가 담겨있습니다품어서 함께 비상할 꿈을 기르는 양수(養水)에부양(浮揚)하는 청자꽃잎절정을 보낸 저녁은 황홀합니다꿈을 쫒던 대로 감기는 눈 속에일생을 걸고 내려앉은 권태를 물리고기어이 스며들던 목소리절명할 때를 기다리는 자연에게자꾸만 꽃대를 받치는 내 이기피지 않은 꽃까지 보여주는 지극에나는 그 뿌리의 속내가못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