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생각 안 나면 네가 있던 자리 흙 한 줌 붙여서 훅 뽑아 품에 넣어 급히 가던 사람들은 특징이 있지. 순식간에 터전을 잃은 것에 무슨 변명을 하는 건지, 합당한 이유를 대는 건지 혼잣말하다가 곧 정이 든다며 수줍게 웃는 특징.너는 엽록체 빠지는 소리에 그만 주저앉고 싶을 것이고, 온 몸으로 쉬는 숨을 보면 나 역시 뱅글 도는 하늘이 단순한 현기증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아찔한 곡예를 하는 건 아마도 이것이 저승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만 날거야. 가슴까지 울려대는 네 숨소리를 듣고서야 숨소리 닮은 이름 하나 짓는다고 고민하
구름이 어지러운 하늘그가 풀어놓은 말을들어보자 생각하고 오른 벼랑에매홍지에 고이 품었다가 내려놓은수줍은 화관만 남았다푸른 쑥이 아직 봄인 듯 자라는 산등성잔별이 꿈을 꾸는 집수터에서옛사람은 물대신 별을 긷고산성(山城)은 뒤집힌 시간을 예우하고이름 새긴 와편 하나 성벽에 끼워두었다성긴 돌담 날바람에 혹여 들리는 음성이 없어산을 내려가는 길을 잃고환석(丸石)하나가 그만 굴러간다무심한 울음이 굴러간다아직도 답을 모르니 피다지느라꽃잎이 흔들리는 소리에달빛에 길을 내고송연묵향 품고 멀리서 오는 사람이 길섶에서 하던 대로또 기다리는 나는 구절
향낭이 톡 터져 날아오는 안부로낮부터 추근대는 바람을 쫒다가어쩌다 비애가 가득한 꽃자리에서오수에 덜 깬 눈을 비비고 보았을 당신누가 이곳을 정해 두고 갔을까반나절 높은 볕이 쉬다가는 웅덩 그늘에큰 누이 뺨 같은 꽃 보라가 일고 있는데눈 먼 나비처럼 허튼 눈짓만 하는 당신은누이를 보았구나, 울고 있는 누이를 보았구나어머니가 낮은 바람 되어 알려준열병 앓던 큰 누이 눈 감던 날에소리 없이 울며 피던 꽃한 번도 본 적 없던 그 누이를 만났구나‘어머니는 아직도 밭을 매다소갈증에 턱 막힌 가슴을 치던지요.‘솔가지 같던
강렬한 일생기를 보여 주기 시작한그를 조우한 아침에는강 저편 이들과 합의가 끝난몸짓을 하고 있다햇살이 갈라져 들어오는 꽃발(花簾) 끝마다세상에게 보내는 신호대로우아한 산제비나비가 남보라 날개로 서곡을 펼치면깊은 땅에서 끌어 올린 들큼한 어린 날이연한 꽃대 복판에 고여 있다밤낮을 잊지 않고 살아온 꽃으로 보내 놓고어린 나를 두고 총총히 떠난그 사람은 어찌 그리도 모질었던가담아 두고도 넘치지 못하는 눈물로해야만 될 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 시간을몸을 사루어 흩날려도 잊을 수 없어꽃마다 머금은 정명(精明)한 빛죽어 뼈만 남은 극치의 인
네 관(冠)은 높고 두툼하다무사의 정령이 분명한 너는어린 아이가 아니구나그 찬란한 볏이여너에게 예를 갖추도록 일렀으니어서 서언(序言)을 열어성서로운 모습임을 선포하여라잎도 대궁도 꽃시울처럼 붉게한여름 지나서 가을이 끝날 때까지진하게 피다 지는 몰락한 가문의어린 화목란이여모촉이 움켜쥔 갈라진 흙을 보니더욱 더 아이가 아니구나흙바람이 일어도 곧게 선 볏태양이 적셔놓은 이글대는 지문에소리 없이 지고 마는 이슬도뿌리까지 깊이 스몄으니너는 결코 붉게 울어도야만스럽지 않은 파열임을누군가 그 모습에 발길을 멈추어도볏을 세우고 몸을 곧게 하여라*
개울 보이는 언덕에 펼친 화방석곡진한 찻자리에 앉아 주오벌 나비 몇과 찻잔 드는 벗이아직 도착 안했으니님이 먼저 앉다 가오정한대로 잎이 나던 봄을 지나며비로소 속살 펴는 나뭇결도 보고하얀 상흔만 남은 등걸로소양증 앓던 기억을 잊어가고 있는저기 저 만당홍 아래님이 그림처럼 앉아 주오가만히 불러보는 님아혼란의 책 속에서 등불처럼 비추던치밀한 꽃잎에 숨겨둔 사람피고 져도 한 여름꽃보다 먼저 멀어진 님아호사한 꽃타령에자미화 꽃등이 흔들리면그림자도 붉어져 여울에 흘러가니눈 감고 그려보는 님아이 꽃이 지기 전에 기적처럼 찾아 주오* 배롱나무꽃
바위섬에 부딪히는 파도같은하얀 속살을 벗겨내어 갈라지는 꽃이여절명에 이른 당신의 아침을모퉁이 돌아가는 언덕에서 보았습니다.흰 빛 사윈 꽃잎이 암술과 수술을 발라내는그것은 마치 바람도 비껴 스칠 삼차신경통을사방을 물리고 고요히 앓고 있는 듯합니다.어린 풀꽃도 엎드려 조상하는데제가 가만히 있어도 될는지요한참을 바라보고 두근거렸던그동안 누렸던 흠모를 돌려주고자 합니다이제부터 당신의 낙화를 돕겠습니다스치며 보았던 고고했던 백화여눈부시게 희던 생의 한 켠은기억하기 참 좋았습니다녹음이 드리워지던 짙은 풀섶에깊숙히 묻어 보낸 나의 송가는다시 찾
분명히 그대는밤의 마천루(摩天樓)에서혹은 잿빛 무덤에서해에게 몸을 던져 온 견우화(牽牛花)얽어매었던 생각들은 지고 말았고끝도 없는 반란에 지쳐버린 고단한 사람들에게긴 여정으로 왔으니발동하는 꽃잎으로 세상에 뿌려주는화로수를 그대가 가져 왔으니깊은 잠에 빠져버린 이들과잠시만 세뇌되어 주오한 계절 무사히 보내놓고만만하게 마주선 세상 앞에서그대가 곧 발표할 꽃의 원론사람들은 온통 호외(號外)의 아침을 맞을 것이오*만데빌라 : 꽃잎이 부드럽고 얇은 융같은 이 꽃은 천사의 나팔소리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른 아침에 인사하듯 피어있는 만데빌
더운 하늘에 가시 하나 날아갑니다변종을 거듭하는 동안 밤마다 피어대는 꽃들 사이에하얗게 흐르는 눈물.환각의 성수로 생기 돌던 밤이 다시 돌아오면곧 뚜렷한 흔적을 남깁니다단단해 지는 잎이 넓어져 갑니다나는 왜 그랬을까외경된 암수를 훔쳐본 듯씨앗이 꽃에게로 잠시 건너가던 부정(不貞)에 외면하고몇 날을 보고 있어도 몰랐던 속내가촘촘한 비수에도 잎만이 깨어 보고 있던연연한 의식임을나는 왜 몰랐을까영토를 준비한 씨앗만이 사방에 흩어질 날을 기다리고진화된 꽃이 진통을 시작하던미명의 시간이오인하였던 꽃 앞에 막아섭니다비늘보다 작은 잎이 또 생겨
다행히 어린 코알라가 피한 후였지바람이 세찬 날에는 신경이 곤두서고유연한 수액이 울렁거렸지황무지가 될 때까지 둘러선 경쟁자땅이 부르짖는 소리가 꺼진 후에야알맞은 바람이 불었을 때뿌리도 없어진 흙으로부터 등을 미는 생명잿더미에 남긴 씨앗을 열어주었고천둥은 멈추고 번개는 번성을 기원하지만치열하고 가혹한 번제였다한 시절지중해를 둘러싼 불길은 사그라들고누군가 밝혀 줄 자연스런 작동원리그것은 톱니처럼 돌아가는 생태계로 남을 테지코알라 입속에 남아있던 까맣게 터지는 꽃씨땅이 흔들어 만든 열이 다시 양생을 시작하는 땅에서푸른 잎마다 향유를 달고
규칙이 불편한 날에는 새벽달 보는 연습을 해간혹 단단한 미로 몇 개를 만들어빠져나오는 것에 몰입하는 사이에잠식해 오던 또렷한 공격을 맞이하는 연습과씨앗이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연습도 하지신(神)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사람들이 태양과 별을 숭배하던 시절순한 사람들은태양이 태어난 곳을 찾아나서는 고행을 기억해 냈을테지그들 안에서 영웅들이 차례로 만들어지고단정하고 둥근 방들이 생겨나던 우주목성이 두른 띠처럼 이마가 붉고부러지지 않은 뼈가 없던 사람들은영웅을 만들던 시퍼런 언월도(偃月刀)는 밤하늘에 숨겼지샛노란 노을로 쫓아가는 꿈을 꾸는부화
눈물겹도록그이 눈동자가 허공을 흔드는 동안시간은 꺼져버렸다장맛비 속으로 전해들은그이가 기어이 하얗게 멀어져 갔다는마지막 소식방년(芳年)의 꽃대 끝슬픈 속살은 붉게도 미어져 나온다견딜 수 없는 슬픔에 말라가는 혀를 가진 그녀등을 돌리고 몸 밖에서 피는 꽃잎처럼아, 차마 보지 못하는 절명이여깊숙한 연보라 꽃부리에서 눈을 감았다물로 씻어 울음을 담아다시 울며 보낸 시간을 담아빗물이 차고 넘치는 동그만 옹기에긴 호곡성(號哭聲)에 섞여 나오는 슬픔을 봉인하고구음(口吟)으로 문질러 보낸다 그녀푸른 꽃대궁째 나도 담아 보낼까긴 겨울 지나고연분홍
견딜 수 없는 향수를 품게 만들야행의 본성이 강한 전령사흩뿌린 검은 구름이 가까울수록꽃 색은 돋아나기 시작 합니다목을 꺾은 기다림은 새파랗게당신에게 보내는 징후로 남기고유연한 꽃잎은 흡사 절정의 무엇!흔들리는 발목에 힘을 줄만큼도무지 읽히지 않던파란 발색의 비밀을 알아버리고당신이 올만한 시간이 이쯤이라는 예감을 합니다청마(靑馬)의 깃발 한 조각이 떨어진 것처럼꽃잎 흔들다 지는 순간에 마주한 바람에게몇 가지 강렬한 이야기는 접어두고공기가 가라앉는 곳에서 핀 새파란 그리움그 색을 풀어내어 물들자 합니다정소란(시인)
허리 굽힌 은근한 자태그리움은 붉은 꽃 속에서 나오지 못하지진한 바람이 잦은 입김으로 흔들어 주면물 너머 섬까지 이 고운 매혹 건너가겠지아집이 흐트러진 항구는떠나가는 배마다 울화(鬱火)를 실어 보내고섬 귀퉁이 머문 파도 사이에여린 한숨은 파도에 구겨 넣고날마다 회향하는 꿈을 널어놓겠지풀 섶 아래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고파도가 하얗게 상서로운 두루미처럼항구 가득 들어오면이렇게 시원한 바람 안고 가는 연초록 인연물결따라 흘러가는 초롱꽃 섬 되겠지정소란(시인)
시간을 좀 주오 부탁 하오산 아래 작은 그늘막을 내어줄테니그 정(情)을 생각하여 물소리 나는 아침함께 눈 뜰 수 있기를이렇게 사정하오나는 그대 등 뒤에 숨은 달날마다 찾아 나선 새벽마다지고 핀 줄 모르는 그대 자태를 보고옅어가듯 시를 쓰는 기다림이니함께 멀어진 아침이 올 때까지시간을 좀 주오꽃돌이 되어가는 나는순한 바람 불어오면자박거린 별빛 몇 품에 머물고바닷소리 낯설던 수련향도 잠기는그런 것도 비워낸 상흔이 깊은 나는우주 속 명징한 정인이니그대 꽃잎 여는 때라도 알려주오정소란(시인)
울지 마라 아가야곤두박는 하늘이 까매지는어지럼증 도져온다뱅뱅 물꼬잡고 돌아가는 너를 보면산중턱 따라오는 날개가 샛노랗던나비와 닮았구나산문에서 시작되는 이끼 낀 돌계단에너를 가만 데려 놓지 못하고언제라도 볼 수 있는 뿌리나온 나무 그늘에앉혀 놓지 못했구나외롭던 아가야 고운 나리야하늘 닿은 곳까지 안고 오지 못하니울지 말고 돌아서 가렴감고 오는 덩굴에 발목이 얇아지고도드라진 등뼈에 햇살이 따가우니녹음이 아직 남아 산 빛마저 주저앉는 거기서노을 비친 꽃잎을 숨 막히게 열어주렴그리움 영그느라 앙다문 봉오리 속그 마음 까만 꽃씨로 고인 줄
빨갛고 하얗던 중간의 꽃색도장맛비 속 거미줄같은 잎살도여리고 성기다눈꼬리에 고인 바람을 흘려보내다가그만 놓쳐버린 등가법칙에배열이 일정한 꽃은 소스라치게 떤다포용이 약한 꽃은어눌하게 스친 바람조차 잡지 못하지만곁눈에도 또렷한 사의화寫意花알아차린 맵시가 완곡하다잊고만 싶은 신파의 유행어에누가 흐느끼고 갔을까울음은 높은데서 흘러나와서대궁은 모질어져야 한다질긴 뿌리는 밟아주어야 한다벌인 꽃부리 노랗게 여물어 가고서럽고 아팠던 시간을 보여주는새소리 잦아드는 초저녁 뒷마당온유한 석별에 꽃잎은 연연하다정소란(시인)
보낸다고 흘러가는 노래 소리지나가는 햇빛 길가에 잠시 머문 소리낮은 바람 돌담으로 이는 소리가어여삐 찾아드는 구중궁궐(九重宮闕)에어디서 누가 찾아온다던숨겨둔 약속을 그 속에서 찾아내거든선연한 잎맥에 그려 넣은 언약을 읽어주오수런거리는 이들 모여들거든얼굴 모아 부르는 보통의 눈빛개울물 건넌 처연한 전설을발밑에 들리던 물소리로 등불 달아 주오보일 듯 번지는 몸짓꽃은 저들끼리 연주를 하니아껴보아 주오배 한 척 돌아가는 바다 기슭에소리 내며 부딪히는 쪽물 내는 풍경을정소란(시인)
마음 언저리에서 밀고 오던 바람과난장하던 이들 가운데서 어지럽던 나에게어깨를 눌러 앉게 하던 햇살이열어 둔 꽃잎으로 우주의 방정한 속을 보여준다미혹하던 그것은 빨갛게 번져 있는커다란 입술로 변해 있고터트리지 못한 반쯤의 눈매가꽃이라던.꽃잎이 벌어지다 숱하게 방사한모든 말들이 정원에 다시 뿌려지고품고 있었던 벌 나비가씨를 쪼아 나른다부풀어 내민마침내 한 촉 잎도 꽃이 되는 순간을새 한 마리 데려다 보여 주는 상상에비집고 나오는 저 통통하고 변태한 잎꽃보다 먼저 붉어졌다*안스리움 : 초록색의 넓은 잎과 빨간꽃(분홍색)처럼 생긴 헛꽃의
차마 들어서진 못하지문 밖 귀퉁이 바람도 모르는 곳에동그랗게 오므린 너는 꽃이라기보다꿈 뜬 등을 보이며 기어가는 남도의 햇살찬바람을 옭아맨 철사의 그것이다오전 열시 쯤 나오는 노란 털 빗고 나온고양이에게 시를 읽힌 나처럼풍류에 흔들리는 매화사(梅花詞)까지는 아니더라도질긴 줄기 속에 봄물을 품고둥치 째 졸고 있는 벚나무 아래까지놀다 가던 바람도 모르는 모퉁이 지키는동백아, 서럽게 청청한 그날 동백아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