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선 하나…, 자연을 닮은….’이십대 젊은 나이에 농재 선생(58)은 매일봉이며 용화산을 걸으며 자연 속에 있는 선을 찾았다. 꽃망울을 단 채 꺾여 뻗은 진달래 작은 가지, 넓은 그늘을 한껏 펼치고 있는 팽나무 몸통, 나무 둥치를 감싸고 올라가는 칡넝쿨 줄기…. 자연을 닮은 선 하나를 그릴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목마름으로, 젊은 서예가는 산을 헤맸다.자연을 눈에 가득 담고 돌아온 어느 날 새벽, 농재 선생은 드디어 붓이 내뿜는 기운과 내가 다스려야 하는 기운이 하나가 된 신묘한 느낌을 받았다. 사
통영 시내버스 108대 전량을 오는 2028년까지 수소버스로 연차적으로 교체될 전망이다.통영시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수소교통복합기지 구축사업 기본계획 및 타당성조사’용역 최종보고회를 지난 19일 가졌다. 내년초 주민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수소교통복합기지 구축사업은 강석주 시장의 공약사업인 ‘수소에너지 산업 메카 추진’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 10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광도면 노산리 971번지(시내버스차고지 옆)에 사업비 총 186억원(국비 40억, 도비 5억, 시비 21억, 민자 120억)을 투자하여
‘미용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한일미용실 하분재 원장(71)은 생의 고비에 설 때마다 문득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기술이 손 안에 있다는 깨달음 뒤로는 늘 감사가 따랐다. 만약 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었다면, 기술을 배우게 된 그 순간은 긴 인생길을 내다본 신의 한수였는지 모른다. 스물아홉에 혼자가 되어 자녀들을 오롯이 혼자 키워야 하리라는 것을 사람은 예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저희 집은 남해의 큰 종가집이었어요. 아버지와 삼촌이 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육자 집안이었
나전칠기교실은 학교 운영이다나전칠기교실을 인계받은 한산대첩문화재단에서는 지난해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여 교육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모집이 여의치 않은 데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출발도 못했고, 올해 다시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한’ 전문반만 모집해 운영 중이다.그러나 졸업생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전문반 운영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심지어 현재 참여하고 교육생조차 “거의 1대1 교육이 되니 미안하고 고맙다.”면서도 전문반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새로운 방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운 것을 연마하는 것
옻칠미술관 김성수 관장이 옻칠을 기반으로 한 ‘옻칠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면, 김종량 작가는 ‘나전’을 앞세운 ‘나전화’를 개척했다. “나전을 물감으로” 사용하는 김종량 작가의 독특한 기법은 ‘신몽유도원도-나전’ 등의 작품을 통해 나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통영은 옛날부터 ‘나전’이 유명한 곳이었어요. ‘나전칠기’도 ‘칠’보다는 ‘나전’을 앞세운 말이잖아요. 통영 나전칠기의 전통을 현대에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예가 아니라 ‘예술’로 가야 합니다.”김종량 작가가 공예에서 회화로 눈을 돌려 나전칠기의 기법을 확장한 것은 2014
무형문화재 기능분야, 소멸이 코앞이다통영은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간문화재를 보유했으며, 기능과 예능의 발전에 기대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러기에 전통공예 산업을 지키는 것은 통영시의 숙명 같은 과제다.하지만 과거의 인적 자원은 아이러니하게도 통영의 발목을 잡아 왔다. 너무 많은 인간문화재를 보유한 탓에 ‘모두’를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원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시는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하지만, 보유자들은 타도시 한두 명에 집중돼 있는 지원에 비해 적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 나은
늦게 시작한 길이었는데, 어쩌면 그만큼 익어서 출발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어느새 돌아보니 시인, 평론가, 수필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고,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하는 교수가 되어 있었다. ‘충렬여고 졸업’이라는 최종학력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전업주부가 묵묵히 길을 걷다보니 문학가와 교육자의 길에 서게 되었다. 지난달 말, 제29회 부산시인협회상 본상을 수상한 박미정(67) 시인의 이야기다.“무리수를 쓰며 무엇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인생이라는 게 ‘내 길’이라면 마치 흐르는 물처럼 아무리 어려움을 만나도 반드시 가게 되잖
청주를 공예도시로 만든 공예비엔날레지난달 17일, 청주시는 40일 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막을 내리면서 ‘공예도시 청주 선언’을 발표했다. 비엔날레 22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청주의 공예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공예도시 청주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이다. 청주시는 “전통적 공예과 동시대 공예의 조화로운 진화를 통한 미래 공예를 선도하고, 전문 공예인의 역량 지원과 시민의 공예적 삶을 연결해 공예로 생동하는 도시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코로나19에 문화행사와 축제가 속속 취소되는 가운데서도 청주시는 전 세계 3
통영신문에서는 6.25 전쟁 당시 통영지역 민간인 희생 진실 규명을 위한 세미나를 지난 8월 31일 통영시의회와 통영신문 공동 주최로 통영리스타트플랫폼에서 개최했습니다.통영신문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유족회 결성과 진실규명을 위한 시민조직 구성, 희생자 유골 발굴 등 이후 위령사업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희생자 유가족과 민간인 희생 사건을 알고 계시는 분은 신문사 연락, 댓글, 홈페이지 기사제보란을 이용해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아침마다 책을 들고 나와서는 누워서 읽기도 하고 엎드려 퍼즐을 맞추기도 하지요. 보일러가 들어오도록 해놨고, 창가 책상 옆에는 전선을 다 배선해 놔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동원중학교에서 교무주임을 맡고 있는 차주호 선생은 경남도 지원으로 완성한 미래교실 설명에 신명이 난다. 아이들이 좋아라 하며 활용하는 것을 보니,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의 수고가 씻겨나가는 것 같다.“준비는 2020년부터 했어요. 아예 TF팀을 구성해 우리보다 먼저 미래교실을 구축한
12공방이 주도한 ‘maid in 통영’ 300년통영은 공예의 본고장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약430년 전 통제영 12공방으로부터 시작된 전통이 장인에서 장인으로 대를 이어가며 수준 높은 공예 문화를 형성해 온 것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통영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3도 수군을 관할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면서 탄생한 도시다. ‘통제영’이라 불리던 것이 자연스럽게 줄어 ‘통영’이 되었다.통영 공예의 시작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설치했던 12공방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1대 삼도수군통
“자, 슛 들어가겠습니다!”조연출의 신호에 연출인 정민이는 음향과 카메라를 확인하고 “레디, 액션!”을 외친다.“니 인제 즈거 안 가꼬 노나?”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가 정민이가 쓴 대사로 연기를 한다. 의도한 대로 연기가 되는지 살피는 순간은 언제나 숨 막힌다. 고등학교 1학년인 정민이가 만드는 영화 촬영 현장이다.통영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김정민(17)은 꿈을 찾아 멀고 먼 경기예고에 입학했다. 그리고 자기가 창작한 대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 11일, 정민이는 영화를 완성해 한국청소년미디어대전에 출품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강재남의 언어는 매우 발랄하고 유쾌하다. 때로는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때로는 구어체 편지의 형태로 말을 건네는 강재남의 문법은 한창 물이 오른 듯하다.-안도현 시인“그날은 희준이 생일날이었어요. 희준이 시비에 앉아 있었는데, 나비 한 마리가 제 주위에 계속 맴돌았어요. 꼭 희준이인 것만 같아 한 시간이 넘게 앉아 있다가 ‘준아, 이제 엄마 가야겠다.’ 하고 일어서는데, 안도현 시인에게 전화가 오더라고요.”동주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20년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안도현 시인은 “수상작품을 뽑고 나니까 명단을 주는데, 희준이 엄마시더라
통영시문학상은 청마문학상·김춘수 시 문학상·김상옥 시조 문학상·김용익 소설 문학상 총 4개 부문을 시상하는 통영 최고의 문학 행사다.원래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해 오던 것을, 2015년부터는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선생을 기리는 상을 더 포함하여 4개 부문 수상자를 매년 선정하고 있다.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및 본심의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4개
지난달 창간 75주년을 맞은 부산일보는 윤석보 지사장(71)에게 40년 근속표창을 했다. 돌이켜보면 참 숨가쁜 세월이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40년이 흘렀다. 지역신문의 역사와 함께 한 세월이다.“부산일보 지국장 사령은 1980년에 받았어요. 1도 1사 정책이 시행되면서, 원래 몸담았던 국제신문이 부산일보와 통폐합된 다음이었지요.”윤석보 지사장은 20대 중반이었던 1975년부터 국제신문에 몸담았다. 당시 언론 환경은 취재는 물론 편집, 영업까지 다 해야 했다. 그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신문에서 통영
한산대첩과 함께한 초기 예총통영예총이 60년을 맞았다.우리나라 예총 역사는 1962년에 시작한다. 1961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이 해체되고, 1962년 1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즉 ‘예총’이 결성되기 때문이다.통영예총은 1962년 6월에 결성됐다. 당시 법은 3개 단체 이상이면 한국예총 지부를 결성할 수 있었는데, 통영은 사진, 음악, 극예술협회로 ‘예총 충무지부’를 결성했다. 당시 문인협회가 있었지만,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예총에서는 제외되었다. 초대 예총회장인 허창언 씨는 1975년까지 14년 동안 장기집권했다.19
“여기가 어디지?”그것이 시작이었다. 피부병으로 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던 2018년 어느 날, 항상 다니던 통영시외버스터미널이었건만 김순완 할아버지(84)는 길을 잃었다.“꼭 멍청이맹키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여기가 어딘지,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딘지….”한참 만에 ‘용남면’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언뜻 떠올랐다. “시내로 갈라면 어디로 가요?” 하며 허둥거리고 있을 때, 경찰 두 사람이 할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누군가 길 헤매는 할아버지가 있다고 신고를 한 것이다. 그날 김순완 할아버지는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통제영 종합정비계획이 추석을 앞둔 지난달 16일 최종보고회를 마쳤다. 용역을 맡은 미래비전전략연구소(주)는 최소 5년, 최대 15년에 이르는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16가지 계획을 제안했다.먼저 2026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단기적으로 추진할 과업은 ① (세병관 앞) 동서헐랑, 내회소 및 홍예문 발굴 및 복원 ② 운주당 내아 사랑채 복원 및 노거수 철거 ③ 주전소 전시장 개선 ④ 비석군 이전 및 정비 ⑤ 분명루 복원 등 5가지다.그 다음 5년 동안의 과업으로는 ⑥ 영리청(구.법륜사) 주변 지정구역 확대 후 발굴
엄마가 동생들을 데리고 온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한참 사춘기에 말이 없어질 시기,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 남매를 데리고 와서, “네 동생들이야. 이제부터 우리랑 같이 살 거야.” 했다. 그 다음해 엄마는 또 다른 남매를 데리고 왔다. 동생들은 피치 못할 형편으로 부모님이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통영 유일의 민간 장애인 그룹홈인 ‘에브라임’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32) 원장의 사연이다. 엄마인 장계영 원장이 ‘아이들둥지’를 시작하며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 다음에, 김진 원장도 본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굴 산업이 통영 대표 수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반세기가 지났다. 세월은 맨손으로 바다를 일구던 1세대들을 뒷자리로 물러 앉히고, 2세대, 3세대들을 바다로 불러들였다.객지에서 공부를 하다 돌아온 2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갖지 못했던 장비와 기구들로 굴 대량생산을 일구어내며 통영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그러나 알굴 단일품종에 의존하는 굴 생산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의기투합한 2세들이 ‘동북아영어조합’을 만들었다.“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굴을 생산하는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