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는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다. 국보 1개, 보물 3개를 비롯하여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42개, 도지정문화재가 40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타 시도와 다르게 시지정문화재는 없다. 국가지정문화재와 도지정문화재를 보존, 보호하는 데만 해도 적잖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이런 형편과 맞물려 미처 손을 대지 못하는 사이에 문화재들이 멸실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지난달 통영시 비지정문화재 전수조사 중간보고에서는 명정동 함안조씨정려가 소실되고 도남동(
지난 현충일, 남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 정영만 선생(65)은 한산도 앞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이순신 공원에서 ‘수륙새남굿’을 했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의 정기발표공연이지만, 사실 이날의 굿은 통영의 보도연맹 희생자를 비롯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였다. 스승이셨던 고모할머니 정모연 보유자의 죽음 앞에서 눈물로 약속했던 일이다.“1990년에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시신을 화장해서 한산도 앞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하셨습니다. 죽어서 남편 곁에 가겠다는 뜻으로 그런 유언을 하신 겁니다.”국가중요무형문화재 남해안별
“70년 전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된 억울한 통영지역 민간인들의 진실을 밝혀 이제라도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십시오.”6.25 전쟁 당시 통영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세미나가 지난 31일 통영시의회와 통영신문 공동 주최로 통영리스타트플랫폼에서 개최됐다.통영신문이 올해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위 지원사업으로 통영지역 양민학살 사건을 5차례 기획보도하면서 지역 이슈로 부각됐다. 유가족의 제보는 물론 당시 사건의 목격담 등이 이어지고 있다.이날 세미나는 정부의 과거사 진실규명 2기 활동을 올해 다시 시작한 진화위(진실
정치가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4선 국회의원으로 통영 역사를 쓴 김동욱 전 국회의원이 최근 통영을 찾았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접한 미술, 음악, 문학 들이 정치를 하는 동안 때로는 길을 내주고 때로는 와달라고 손짓하여, 그는 ‘예술과 잇대어가는 정치’를 했다.김동욱 전 의원의 아버지 김기섭 전 시장은 6.25 전쟁 후 통영읍의회 의장을 거쳐 1955년 초대 충무시장을 지내고 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젊은 시절부터 풍류와 예술에도 남다른 관심과 취미가 있어서, 통영 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 화백과는 친형제처럼 지냈다. 아버지가 당시 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그 어느 곳보다 통영이 아름답더라고요.”마치 세계여행의 종착지가 통영인 것처럼, 유최늘샘 감독(37)은 2년째 고향 통영에서 여행자로 살고 있다.돌이켜 헤아려보니, 2011년부터 2019년 팬데믹 직전까지 827일간 세계일주를 했다. 방랑자처럼 세상을 떠도는 동안 그는 ‘사람’ 속에서 희망을 보고 이야기를 찾았다. 물론 사람이 가장 무섭기도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유최늘샘 감독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대로 영화가
“진짜 수고하셨습니다.”“통영시 도시계획이나 건설 허가에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통영시 비지정문화재 현황조사 중간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그냥 심상히 지나쳐 갈 수도 있는, 어쩌면 그래서 쉽게 훼손할 수 있는 통영시 문화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이번 조사를 맡은 (재)두류문화연구원(원장 최헌섭)은 기존 문화재 GIS인트라넷 시스템에 등록된 비지정문화재 27개소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새로 20개소를 추가 발굴해 보고했다. 그 중 서너 곳은 경남도 문화
저녁 8시,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중앙시장에 어둠이 내린다. 하루 종일 좌판을 펼쳐놓고 생선회를 썰던 성실 씨(40)도 다라를 씻는다. 성실 씨가 부려놓고 있던 4개 다라에는 돔과 광어와 제철을 맞은 전어가 담겨 있었다.“성실아, 집에 가니?”“네, 이모. 내일 만나요.”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지 14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된 성실 씨는 ‘김성실’이라는 한국 이름처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오가는 손님을 ‘이모’라고 부르는 시장판의 습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통영 광도면 시인의 집에서 나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란 유최늘샘이 그동안 만든 로드무비를 상영한다. 통영리스타트플랫폼 아트홀 통에서 오는 14일과 15일 여는 유최늘샘 로드무비 특별전에서는 ‘옥탑방 영화인 늘샘’이 2011년부터 2019년 팬데믹 직전까지, 827일간 세계 일주에서 만난 지구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이번에 상영되는 네 편의 장편 독립영화는 모두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아메리카, 아라비아, 아프리카 여행을 촬영했고 2021년 6월에 편집
걸어가면서 만날 수 있는 마을 속 미술관 ‘갤러리미작’에서 김재신 작가(61)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 ‘바다, 그 빛을 조각하다’에서는 김재신만의 독특한 어울림과 물결을 가진 바다를 만날 수 있다.흔히 바다를 어머니의 품에 비유하곤 한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고 포용하기 때문이다. 끝 모를 그 깊이는 또 얼마나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가. 그러기에 동서고금의 수많은 화가들이 바다를 그리는가 보다.김재신 작가도 ‘바다의 화가’라 불릴 만큼 바다를 주 모티브로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겠나?’페퍼로 문지르고 씻어내고 다시 옻칠을 덧입히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김정좌 작가는 옻칠회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장인의 노고에 가까운 반복작업을 해야 하지만, 옻칠회화는 김정좌 작가에게 살아가는 희망이다.김정좌 작가가 옻칠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다. 칠공예를 전공한 그는 우리 전통 옻칠이 주는 매력을 일찌감치 맛봤다.대학 졸업 후 통영으로 돌아온 김정좌 작가는 충무청년미술회 활동을 했다. 결혼하면서 육아에 전념했던 그는 큰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회화를
“고향이 싫었다. 철들고부터는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꿈이었다. 원대로 지구 반대편에 정착했고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매일매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진작에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통영 출신의 소설가 반수연 씨(56)가 첫 소설집을 냈다. 제목은 ‘통영’. 이 책은 지난달 말 출판되자마자 2주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가 바로 2쇄를 찍었다. 1쇄만 찍고 사라지는 책이 수두룩한 출판시장에서 놀라운 일이다.이
통영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한다⑤타 시도에서는 가족대로 배상받아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잘못된 과거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가 구성됐다. 진화위는 2010년까지 5년간 독립적 국가기관으로 활동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해산됐다.1기 진화위에서 가장 많이 다룬 사건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각 지역별로 신청자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통영·거제 지역에서는 “1947년 8월부터 1950년 9월까지 통영지역에서는 900여 명, 거제지역에서는 800여 명이 부역혐의와
“식물이 자라려면 물과 빛과 소리-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물빛소리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도산면 수월리 아름다운 바닷가에 수국 꽃 가득한 ‘물빛소리정원’이 있다. 통영시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있었던 이충환 대표가 15년 동안 나무를 심고 꽃을 가꿔 만든 민간정원이다.처음에 눈을 사로잡는 건 갖가지 종류의 수국이다.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 등 색깔이 다른 수국뿐 아니라 색나비무늬산수국, 팝콘수국 등 수국만 해도 2천 본이다. 팝콘수국과 일반 수
통영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한다④4·19 혁명이 일어난 1960년, 적군이 아닌 아군의 손에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사람들이 10년 한을 품고 일어나 유족회를 결성하고 억울한 죽음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억울한 피해가 많았던 통영에서도 ‘민간인 학살 유족회’가 결성되어 가해자들을 고소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통영 유족회의 중심은 교사를 지낸 탁복수 여사였다.탁복수 씨는 본인이 직접 25일 동안 항남동 멸치창고에 갇혀 있었을 뿐 아니라, 눈앞에서 남편이 맞아 숨이 끊어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더 피끓는 증인이
지난해 말 거제시는 장목면 외포리에 ‘한국전쟁 전후 거제 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를 세웠다. 거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구도로 가의 시유지에 ‘민간인 희생자 기억·평화공원’을 조성하고 그 안에 위령탑을 세운 것이다.6.25 당시 통영과 한 지역으로 묶여 있던 거제에서도 1천 명 이상의 민간인학살 피해자가 나왔다.통영은 하루~한 달 동안 인민군이 점령해 무고한 부역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거제는 인민군이 발 하나도 들이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통영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한다③한산도 앞 수장과 명정동 공개총살 810여 명“죄없는 양민들을 잡아다가 창고에 감금하고는 남녀 할 것 없이 옷을 벗게 하고 그들을 강제로 정교를 맺도록 명령하고는 몽둥이로 난타한 후 20명 내지 40명씩 ‘로프’로 묶어 큰 돌을 달아 바닷물에 던져 수장하였다. 물위에 떠오른 사람들에게는 총을 쏘아 죽였다.”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장면이지만 이 기사는 70여 년 전 통영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다. 양민을 감금했다는 창고는 현재 한산호텔 자리에 있었던 항남동 멸치창고다.학살의 당사자인 이승
“96년 12월 115만 3900원으로 끝났다. 이게 내 33년치 월급봉투다.”조문제(86) 할아버지는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누렇게 변한 월급봉투 모음을 내놓는다. 처음 받은 월급이 3천901원, 여러 세금이 제해지는 중에 청약저축 50원도 있다.“한번은 봉투째 도둑맞아삐고 해서 딱 두 장이 없다.”어느새 은퇴한 지도 25년, 세월이 주마등같이 지나갔다.“생각해보면 좋은 세상 봤다. 왜정시대 태어나가 일본 공부도 하고, 전쟁 지난 뒤에 우리나라가 일어나는 것도 안 봤나. 지
통영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한다②“그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사상이 있었던 기 아이라. 무슨 쪼그만 연줄이라도 있으면 모두 보도연맹에 가입시겨가, 그래 죽였다 아이가.” -죽림 홍성대(87세)“보도연맹 사건은 엄연한 민간인 살인사건인기라. 조금이라도 관련이 돼 있는 사람을 억압을 넣어가지고 강제로 보도연맹에 가입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그래놓고 인민군이 온다카니까 싹 모다가지고 죽여삔 거라. 지 구덕을 파게 해서, 한꺼번에 앉히놓고 ‘다라라라’ 해삤다 아이가.”-안정 조갑제(87세)“무지기재에서 죽은 사람들은 좌파가 아이라. 좀 똑똑고
법무부와 서울신문, KBS가 시상하는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통영 두타사 주지 자용스님이 ‘자비상’을 수상했다. 교정대상 시상식은 수형자 교정교화 등에 봉사해 온 교정공무원과 민간 자원봉사자들을 포상·격려하기 위해 법무부가 198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제39회 시상식은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법무부는 의정부교도소의 교정위원인 이운안 국제뉴스 경기북부 국장을 비롯해 교정공무원 6명, 교정참여인사 12명에게 교정대상을 시상했다. 전국의 구치소와
통영 민간인학살 사건을 말한다①통영시청 앞 공적비의 주인공 김철호 선생통영시청 앞 작은 언덕에는 ‘애국지사 국한(國汗) 김철호 선생 공적비’가 서 있다. 공적비 안내판에는 김철호 선생이 일제시대 때 의열단원으로 항일독립운동을 했으며 신간회 통영지회 총무간사를 지낸 이력이 쓰여 있다.김철호 선생은 1928년 6월 중국에서 열린 의열단 중앙앙집행위원 서응호의 귀국 박람회를 기회로 일대 거사를 계획했다가 체포돼 1929년 경성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분명한 기록으로 나와 있는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김철호 선생은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