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꽃잎 사이로 가지는 물러나고보라빛 요정들 데려 노는 화원에모난 데가 하나 없는 줄기 끝에 매단 망울콕, 쪽빛을 찍었구나품어서 머금은 알알이 이슬나란히 마주 하고 기댄 날보여주는 입 속이 서럽도록 맑은 빛깔아린 만큼 벌어지는 꽃잎이구나축포를 엮어가는 여린 줄기에멍든 바람 같은 날이 많아설령 주저앉아 울더라도조색의 시간은 엄숙하다좁은 틈에 다져 넣어남김없이 터뜨리는 희열그것만 기억하는 뜨거운 여름이기를바다를 지나온 바람마저 뜨거워도도망가지 말아야지안녕, 정다운 여름* 발렌타인자스민 : 유통명으로 불리는 발렌타인자스민은 브라질이
오늘밤은 달 대신 빛나겠습니다.밤하늘 보다 아주 가까이만져도 차갑지 않은그런 달로 뜨겠습니다.보고 싶다면 우울한 눈을 떠세요앞에 두고 품고 싶다면달뜨는 시간에 부디 늦지 마세요여름밤은 잠드는 온도가 좋아서기다리는 일은 오래하지 못해요혼란한 그림자로 엉킨 이들이라임색 달빛을 훔칠지 모르니바람 같은 숨소리로 놓쳐버린 달은이미 이지러져 엎드려 있을 테니다행히 그때라도 여름이 남아있다면먹구름 걷힌 꽃에 얼굴을 묻어둥근 달로 다시 뜨겠습니다* 나무수국 : 라임라이트, 목수국, 여름수국의 별칭이 있다. 여름에 피지만 추위에 강하며, 꽃송이가
넓고 얕은 시내에 맨발로 걸어가다맑게 붙잡아 돌아보게 하는궁중의 뒤뜰로 소풍 나온 아이처럼결이 고운 꽃 무더기천상의 바람이 뿌려놓은 얼굴아이야열 달을 품던 날이 날아갈 듯 향기롭다겹이 얇은 꽃잎 같아 가슴은 벅찼지만고요한 태동으로 기다린 가을 볕높아진 하늘 몇 숨 흰 바람 몇 줄기마시다가 뱉다가붉게 붉게 힘겹던 날꽃으로 피던 아이먼데서 안겨와 요람에서 방긋 웃고말초마다 향을 내는곤한 잠 속 배냇짓배꽃 같은 항아姮娥야어리석은 내 문장에시詩를 놓고 웃는 아이* 애기범부채 : 청초, 여전히 당신을 기다립니다란 아름다운 꽃말을 가진, 붓꽃
햇살이 번지기 전까지재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비는아직도 바라보고 있다하얗게 물들어 가는 시간숨결보다 고요하기를물결은 몇 밤을 머물자고 애원한다감싼 결을 열어 줄때까지까만 밤 한 채 펼쳐놓고하얗게 열어주는 그 속어디부터 안아야 하는지접힌 잎 사이로 꽃대 솟는 소리연지에 흥건히 고이고기어이 고절한 잎이 열리면하얀 절벽 속으로 처연히 내리는 비처럼터질 듯이 기다리던 그썼다 고쳐 지우던흔들리는 시詩를 안고백련 늪 속으로 간다* 연꽃 : 고대 인도에서는 연꽃을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냈다. 풍요와 장수, 명예, 영원불사의 상징
가는 곳 마다 화원을 만들어햇살을 바쁘게 분배하는 시간빠짐없이 기운을 뿌리는먼데서 날아온 전령이지만접은 날개는 윤기를 잃고우월했던 부리도 굽어졌다제단은 멀어 쓰지 못하고사육의 긴 역사에다만 고단한 날개이니쉴만한 꽃 숲 하나 펼쳐 놓아라단잠이 깰 때까지망초꽃은 발 밑을 지키고박석 몇 장으로꽃잎 흔드는 바람을 막아라보랏빛 꽃부리는황차黃茶도 지난 차나무에 올려눅눅해진 심장도 말려야지날아갈 때마다 남기는 마음온전히 씨앗으로 뿌리면서함부로 번식 못할 닻을 놓는 이기利己이러다가 영영날개 달지 못하겠지지상에서 초혼하는 마지막 꽃.* 공작초 :
땅 속에서 더 고단하였지더운 숨을 뱉을 수 있게밀어내는 땅이 고맙던 뿌리압지壓紙1)가 필요한 습한 지층에흐느적거리는 여린 뿌리에깊은 흙 켜켜이 넣어두는 안부독이 빠진 초여름 바람이못내 운다, 미처 알지 못한축축한 속내로 헤맸을 생장지生長地에선하게 불다 머물면향낭 터진 응답으로 시작하는 삶위태롭게 흔들려도 살아가야지기어이 전해주는이진二眞의 속치마처럼살결이 붉어가던 삶은 아마도무구無垢한 꽃색처럼 숱하다한동안 더 맑을 수 있도록다시 시작하는 기도위기로 접어 둔 삶이 시작되었다* 나도사프란 : 수선화과이며 원산지는 멕시코다. 여름에 분홍꽃
쳐다볼 수 없는 곳에 숨어 핀곧은 대궁은 우월한자존심도 가려주는 잎맥 사이로얼비치며 멀어진 손길뿌리 속 황토까지 토련하던정답던 눈매울렁거리던 가슴도 멀어졌다따라가던 길마다 한 알씩 놓아두던까맣게 여문 씨앗흙의 본령本領대로 부유해진꽃이 너다향은 긴 날을 보내고맑게 지고 마는 가련한 꽃잎이른 장마도 돌아가고한 낮 바람도 가려 부는 영토에서벌 나비만 데려 노는너는 고전古典에서 피고 진다* 접시꽃 : 단오 즈음에 핀다고 하여 단오금이라고 하며, 촉규화(蜀葵花)·덕두화·접중화·촉규·촉계화 등
흙이 푸른 땅만 찾아번져오는 길에향이 있어 남겨준다면어디든 뿌려서 머물러 주오임이여, 기다려만 준다면흩날리는 말을 모아잔별 얹은 고운 화문석花紋席빈 하늘에 펼쳐고단한 등을 누일텐데시詩를 엮어 지으신 푸른 별채에바람처럼 흐르고 싶지만가기만 하여도 터져버릴 심장 두개거친 바다에서 솟구칠 불기둥이 되고 마는비통은 등불도 꺼진 길을 내달리는 밤등을 돌려 앉아도 기척이 선명한푸른 가슴으로 걸어오는 임돌아와도 품지 못하는서러운 섬광이여* 제주별수국 : 제주도의 “법정사” 라는 절 근처에서 발견되어 법정수국이라고 하지만,
의도하지 않아도잎마다 달려서 너울대던 기호로사랑이니 아린 마음이니전해주는 가련한 역할이여너도 역시 밤 하늘 창 밖의아스라한 별빛같이 흔들리던가슴에 담을 만큼의 사랑이기다리고 있는 밤을 보내고야윈 얼굴로 번져가는 줄을 알겠으니의연하게 늘어져라오다가 가던 길도 잊을 만큼터트리는 너의 찰나반나절만 그 화풍畵風을 훔쳐다가무딘 담장에 걸쳐놓고 오고 싶어너의 유려한 채색화에어느 누구는 섬세한 파장이 일어숲 하나 만들어 우거지러 가는 길을함께 하지 않겠니* 찔레장미 : 장미와 비슷하지만 장미보다 소박하고 앙증맞은 꽃이 핀다. 다양한 품종의 색과
나는 꽃이라는데땅으로부터 시작되는 악기이고 싶었던변주를 거듭하던 전생이 있었지비벼댈수록 두꺼워지는 날개의 겹이벗어나지 못한 연한 나비의 속살인지를선명한 이름을 써 넣다가 알게 되는긴 밤굼뜬 몸을 뒤척인 후에야풍긴 향유 속에도미생의 물질들이 녹아 있음을꽃이라는 나는 왜비천한 미각에 소름이 돋는지관악의 깊은 속에서간간히 멀어지는 이명耳鳴흔들리는 단말마斷末魔를 연주하다홀연히 지고 마는 꽃이라는데* 네펜데스(Nepenthes) : 여름이 시작됨을 알려주듯 네펜데스는 기온이 더 이상 내려갈 일이 없는 초여름에 나온다. 포충낭(벌레잡이통)에서
안개비 속으로 스며가던놀랄까봐 나오지 못한금오金烏 한 쌍 깃든 길에준비 못한 시간마저물빛소리 흘겨보는여기 한번 돌아보면 안 될까안개 흥건해진 숲으로몽롱한 안부에도붙들지 못 하고밤새 거닐어 본길에는 어느새따라오다 돌아가는애석한 저 빛번득이는 금오金烏 곁으로높이 들고 서 있을 땐고개를 들어라바로 오늘부터* 트리토마(니포피아) :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당신 생각이 절실하다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이 꽃은 얼마 전 방문한 민간정원에서 등불처럼 만났다. 월동이 가능하며 “니포피아”로도 불린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이긴
사람이 꽃처럼 피려고바람인양 가서 그 속에 흔들린다하늘이 가득한 큰 꽃 속에얼굴을 묻어 눈물을 쏟고 나면온통 꽃가루간질거리는 참회로 땅을 본다꽃물 발끝에 걸리고굳은 성역 같은 여기서살아 갈 수 있을까거스르고 싶은 날에 가려고붉고도 붉은 말초를 가진연초록이 지고찬기운 가득한 나무가 서 있던그저 그런 날에알싸한 작약차 홀로 마셔도소소했던 아침을다시 맞을 수 있을까바람에게 빌어보고하늘에게 들어보는작약 가득한 날아직도 사춘기에 드는 나이* 작약 : (芍藥)한자명대로 약용으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작약은 붉은색, 흰색, 분홍색 등의 다양한
5월의 비바람이 세찬 문틈으로흐려진 하늘과 들어온다열어주는 손이 떨린다그럴 수 있는 모습으로 함께 오는 정령精靈당신이라면 그럴만한 모습이다죽을 만큼 붉게 피어나야 살 만하겠다-나는 나비이고자 하니-풀 내조차 가볍지 않기를 당부하던어쩌다 꽃에게 방점을 찍은 당신답게이렇게 붉어야 한이 없겠다없어질까 싶은 것도 품어다 주고하루 온통 바라보고 다독이더니길고 먼 강 너머로는 못 간다 말도 못한 당신은날 때부터 안고 업고 얼러주었다문밖에서 올 때까지 기다리던 당신의차가운 등을 그때는 업지 못했다돌린 등에 꽃처럼 붉게 피는 당신돌아오세요 업어줄
온 몸 노래지게 바라본 꽃 속에먼저 들어가 있어요나는 만화경萬華鏡처럼낯선 곳도 기울여 다 볼 수 있어요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다가절정의 꽃잎이 벌어질 때꽃 벌보다 빠르게 숨어 들테니누구를 매료시킬지긴 밤 오래도록 생각도 말고어디든 무성하게 피어만 있어요연두초록 샛노랗게 익어가는 한 때뿌리까지 배어들게 기억하는 위장술로봄이 완전한 날난만한 유채 속에 서 있을 당신오늘까지 보았던 눈빛을 잊지 말도록향유 뿌린 손으로봄볕에 나른해진 눈을가만히 감겨 주어요* 유채꽃 : 1962년부터 유료작물(油料作物)로서 본격적으로 재배하며 종자로 번식한다
여기 서 있는 그대로돌아서 가도 좋은데가다가 보고 싶을 때면 나눠 마시던 갓 볶은 원두의 구수한 맛을 잊을 수 없거든햇살 번지기 시작하는 정오쯤에 다시 돌아오겠니긴긴 봄날이 머물다 늘어져 버린 여기가 돌아서 간사람 기다리기에 온도가 좋은 곳한가한 바람도 나뭇잎을 흔들고 좀처럼 비워지지 않는 생각도나풀나풀 흔들고 날아가는 것이여기는 달 뜬 날에도 좋을 것 같아미성으로 속살거린 산새도 깃들고선 고운 산마루에 달이 안기면귀애하던 당부가 생각나겠지그럴 때면 가던 길 돌아와도 좋아잔기침 소리도 꽃잎 그늘에 숨길테니울음 찬 얼굴로 눈 밑이 젖
빈 집에 들어오다 저 편미려한 꿈을 꾸는 만발한 풍경에선경에 들어 온 듯 눈이 맑다꽃잎이 열리는 절묘한 순간부터향에 취한 아찔한 낮에는시 몇 줄 읽어주는 사람과마주앉고 싶은데이 꽃은 무슨 일로 성城을 비우고몰래 나온 여인같이풍긴 색에 취하여 봄에 겨운지상춘곡 몇 장을 혼자 적어 부르는가동백보다 붉은 움이온 몸 덮어오는 꽃잎이 될 줄은여기에 놓고 갈 씨앗까지 말을 하는모란이 잡은 옷깃에마침내 시작되는기이한 조현증에 앓게 하는데빈 집에 더 이상 꽃은 비어 있겠고모란만 피고 지고이 봄 지나가면 쪽문 난 곳으로고요히 다녀가는 그 사람성城을
다산1)(茶山)의 화사(花史)에도 오르지 못한여린 불꽃 심장을 만들어서풀 섶 깊이 누웠다가 한 천 년 기다렸을붉게도 번져오는 꽃색을 보았다는 사람아누웠던 곁눈에 들어오던 그때처럼온전히 엎드려 결을 열어 보여주던사람아, 꽃잎에 겹친 사람아그만 거기서 풀이 되고 숲이 되시게핀 듯 진 듯 벙근 꽃이산목련 지던 날에 울어주던 새도 잃고품에 고이 안아줄 난만하던 봄도 보내는그것을 보았던 사람아먼 길을 돌아와도 짙은 그늘뿐인 것을거기 산목련 아래낮게도 엎드려 눈 맞추는 곳에서아린 등 만져주는 봄바람 콧등에 얹고차라리 다산 되어 꽃을 품어 주시
화피(樺皮)는 간곡한 속살을 피어내네기다려줄 때 까지 피어난 지금이가장 멀리서 시작된 그리움이지부르면 멀어지는 그대에게날아올라도 되겠는지꽃눈 감아버린 도장지(徒長枝) 끊어내던 분노는지금쯤 사그라들었는가오를수록 굵어지는 둥치가거칠게 버티던기다리는 힘이 시작되는 그 곳까지나는 언제쯤 닿을 수 있을까상상만으로 전하는 말에손짓하던 가지 끝부터벌써 낙화가 시작 되네온전히 내려와서 맞이하는미열에 익은 몸으로 날리는 열정이기(利己)로 외면당한 말 하지 않은 진실이이렇게 간결한 말들로 흩어지니함부로 불신했던 일에 그대분노는 사그라들었는가* 벚꽃
고개 들지 말아라콧등이 무겁도록 떨어지는 시선전과 사뭇 다르구나겹으로 돌고 돌던 생장의 비밀이재빨리 바꾼 시점모르는 척 돌아앉은 등 뒤에봄볕 따갑던 낮이었지어쩔거야바람 부는 곳대로 가도 되는지그만 돌아가는 길대로흘러가는 향이 진한데단전까지 당겨주면 안되는지물위에 꽃잎 띄운다고달빛 바래도록 써버린 새벽까지급히 지나가는 물결일수록휘청하던 상상에 목줄기가 씰룩인다변절은 품을수록 고개를 든다지모질어야 되는 거야고개 들지 말아야지* 수선화 :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 꽃말은 미소년의 전설에서 &ldquo
못내 아쉽던 그 날오로라 한 필 펼쳤습니다돌아서던 발밑이 패이도록고요가 지척대었습니다어쩌다 들어왔던 절절한 연정도어는 듯 녹던지즐대는 물소리로 남았습니다말라가며 감추던 심장으로고왔던 발만 내놓고오로라를 벗어나 은하에 닿습니다시리던 날을 품고사랑이 멀어지던지아지랑이 풀어지는 언덕에서곱게도 침몰하여 수절하던지봄물 무성히 달려도 여린정수에 날카롭게 꽂힌 별로온 하루 울다 갑니다* 비단향 꽃무 : 스토커라고도 한다. 지중해가 원산이며 줄기는 나무처럼 단단하고 흰 털이 난다. 꽃 색은 다양하다유럽의 남성은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