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오고 나면 여름으로 들어갈 것이다. 계절은 쉼 없이 흐르며 치열하였던 시간도 다시 일상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면 시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있다.나의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의 선거 구호는 선진조국 건설과 군정종식이 대중을 이루었다. 직접선거에 의하지 않는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 구성으로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경험도 하였다.군대를 제대하였을 때가 1979년이었고 복학을 하였을
봄을 부르는 것은 비다.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밤의 찬 기운도 없어진다. 마른 나뭇가지에 꽃이 피고 꽃무리가 만들어진다. 형형색색의 꽃무리는 꽃 덤불을 만들어 하늘을 뒤덮는다. 아름드리 가로수 위에 꽃만 존재하는 봄의 향연이 극치를 이룬다. 그 아래를 거니는 것으로 객지 생활의 향수를 달랠 수 있다. 고향에서 만났던 벚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를 여기서도 만나게 되어 외로움을 씻기에 좋다.뭉게구름이 편안한 날을 만들어 주고 구름 사이의 청명한 하늘이 눈길을 끈다. 하늘 높은 곳에 구름 궤적이 나타나며 비행기가 날고
지난해 11월 통영 지역신문에 수소교통 복합기지와 수소충전소가 설치된다는 소식이 있었고, 지난 3월 3일부터 통영 제1호 수소충전소가 설치되어 운영에 들어갔다. 수소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던 학자로서 귀가 솔깃한 뉴스이다.수소압축기 개발 국책연구를 수행하던 중에 일본 동경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를 견학하고 관련 기술자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동경과 인근에는 20여 곳의 수소충전소가 있었고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자동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국책 사업으로 자동차 제조기업과의 협업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봄베에
매일같이 쇼핑하는 코스트코(Costco)의 입구에는 구인 간판이 들어서 있다. 시간당 20,400원 (17달러)을 준다고 하며 즉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근의 식당과 카페에도 구인 간판이 곳곳에 있으나 쉽게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아이러니하게 건너편 도로 분리대에는 집과 직업이 없다며 돈 한 푼을 달라는 사람이 서 있다. 구구절절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손을 흔들면서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여 가게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미국 연방정부의 최저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밖에는 이미 눈 세상이 펼쳐졌다. 그리고 눈은 포근하게 계속 내리며 가는 바람결에 하늘거리기도 하였다. 나무 가지에 수북하게 쌓여진 눈은 하얀 꽃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였다. 집 밖을 나가 눈을 맞으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하얀 세상을 고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하늘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을 보기만 하여도 평화로웠다. 차량 위에도 도로에도 모두가 눈 천지이다. 이렇게 많은 눈이 계속 내리는 것은 처음이다.날이 저물어지자 전기레인지,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냉장고 그리고 집안의
기다리던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우송되어 왔다. 온라인으로 각종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3주 후 이른 아침 교통국(DMV) 주차장에서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서 1시간을 기다렸다. 건물 안에서도 1시간을 기다려 알아듣기도 힘든 질의응답과 스크린에 나타난 질문에도 답하였다. 시력검사기에 이마를 대고 눈을 떠보니 영문 스펠링이 나타났고 첫 번째 줄을 읽으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불빛이 양쪽에서 빤짝거리는데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손짓으로 양쪽이라고 하니 웃어주었다. 진행이 잘된 것 같지만 긴 기다림 그리고 혹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까하는
가로수 잎들이 가을빛을 담아낸다. 간밤에 내린 비가 가을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여 준다. 수목의 하늘 쪽 부분이 먼저 황금색으로 변하였다. 아래쪽에만 초록빛이 남아 있다. 가을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늘의 추위가 내려왔을 것이다. 우주의 찬 기운이 지구표면에 내려앉으면서 냉기가 오고 사람들의 움츠림이 시작된 것일 것이다. 아니, 땅 밑에서 올라온 것일 것이다. 땅 속에 있던 추위가 식물 뿌리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아니, 태양이 가져다 준 것이다. 지구의 공전으로 태양 빛이 가려져 추위가 왔을 것이다. 아니, 사람들의 마음에서 왔을
요즈음 미국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적인 물류 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25일 추수감사절을 대비하여 각 쇼핑몰에서는 물량 확보에 들어갔으나 애로가 많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상당수 물량이 아시아권으로부터 들어와야 하고 입항 항구인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에는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선들이 하역을 하지 못하고 둥둥 떠 있다고들 보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물류 대란을 해소하기 위하여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여기에 외국 기업으로서 유일하게 ‘삼성’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악관은 ‘미국 가정에 적
지인이 각종 그릇, 토스트기, 컵 등 살림살이를 차량에 한가득 싣고 3시간을 달려 왔다고 한다. 미국 생활에 대한 조언과 세상살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마운 분들이 세상에 이렇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교민들의 애환도 들을 수 있고, 자식 키우는 애로와 공부시키는 고충도 공유하면서 우리들의 이곳 생활을 응원하여 주었다. 공구 상점에서 피스를 구입하여 자동차에 번호판을 부착하였다. 이제 승용차 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버지니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29번 도로를 달렸다. 도로 주변의 자연 풍광이 좋다. 넓은 들녘에 한가롭게
기대 반 걱정 반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미국행이 결정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은 뒤로 하고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1인당 2개의 위탁 수화물을 챙기고 기내에 가지고 갈 배낭도 채웠다. 간장과 된장 등의 식자재를 챙겼지만 아무래도 미국 입국 검역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염려로 그대로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계절을 지내야 하니 옷가지, 이불, 식기류 등으로 이삿짐의 크기는 자꾸 커져만 갔다. 체중계를 이용하여 무게를 맞추어 가며 조금씩 들어내는 작업으로 항공사 규정에 맞추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코로나19 PCR 영문
집집마다 그 가정의 풍습이 있고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또한 같은 경우가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어떻게 어린 자식을 교육할 것인가는 정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자녀들은 하루 24시간 중에서 초등학교의 경우 6교시 정도 외의 18시간을 부모들의 의지에 의하여 교육되고 생활하게 된다. 집에서 지내든, 학원에 가든, 운동을 하든 그 모두가 부모의 권유와 지원으로써 이루어지니 결국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절대적인 위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해가 뜨기 전의 새벽 공기는 시원하다. 잠든 아내의 모습을 뒤로 하고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고 팔토시를 하였다. 밀짚모자는 농사일에 필수품이다. 무게를 느끼지 않고, 둘레창이 넓어 햇볕을 잘 가려 준다. 그리고 바람이 적당히 들락거리니 더운 여름날씨에는 안성맞춤이다. 예초기에 윤활유를 주입하고 충전된 전지박스를 메고 나선다. 형제들과 지인들이 오기에 마당 예초를 우선한다. 여름날의 풀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농부와 풀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예초를 하고 돌아서면 또 예초를 하여야 할 정도이다. 돌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이름 모르는 풀,
손녀가 태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출산 소식, 그것도 자연 분만으로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아들로부터 왔다. 전화기를 며느리로 연결하길 재촉하였고, 수고하고 애쓴 며느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였다. 손녀는 그렇게 우리들의 품으로 왔다. 여아가 귀한 우리 가문에서의 기쁜 소식을 형님과 누님을 비롯한 친지들에게도 전하였다. 그리고 포대기에 싸인 갓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며느리는 아기가 모유를 잘 먹는다는 소식도 주었다. 온 힘을 다하여 엄마의 젖을 먹는 손녀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였다. 매일같이 보내주는 사진
어머님이 나 혼자 집을 지키게 하고 오일장을 떠나는 날은 하루가 지루하였다. 집에 어머님이 계시지 않으면 공부도 놀이도 재미가 없었다. 친구하고 노는 시간을 보내고 풀 뜯어서 돼지에게 먹이고 오후가 되면 어머님을 기다리게 된다. 마당 가장자리에 있는 개암나무에 올라가면 저 멀리 고갯길이 보인다. 그리고 고개를 넘어서 어머님이 오시게 될 것이다. 행여나 어머님이 오시는지 확인하러 나무에 올라가서 먼 고갯길을 바라보곤 하였다. 개암나무 가지가 위험하다고 올라가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지만 나는 몰래 오르곤 하였다. 해거름에 어머님이 오시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3층 높이까지 다다르는 늘 푸른 나무가 서 있었다. 아침에 창을 열면 청솔모가 그 나무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타고 올라와서 나와 얼굴을 마주하기도 하고 옆 나무로 폴짝 뛰어 넘어가기도 하였다. 태국 방콕은 더운 날씨지만 아침이면 바람이 서늘하고 상쾌한 온도이다. 체조도 하고 바깥 공기를 호흡하면서 고향 생각에 젖기도 하였다. 건너편 풀장에는 늦은 밤에 조명등 아래 청춘 남녀들이 수영을 즐긴다. 그 모습을 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였다. 대학 캠퍼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담장을 대신하였다. 우리나라의 봄날과 여름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보내던 시절, 방학이면 농촌 고향 집에 머물게 되었다. 이른 아침 어머님의 깨움에 눈을 뜨게 되고 그때에는 이미 아버님은 뒷산 높은 곳으로 땔감 마련하러 가시고 어머님은 식사 준비 등으로 분주하였다. 어머님은 나에게 아버님이 일하고 계신 뒷산으로 가길 재촉하였고 나는 마지못하여 지게를 지고 뒷산으로 오르곤 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산에 땔감을 마련하기 위하여 허리 굽혀 일하는 아버님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나는 지게의 무게를 느끼면서 산을 올랐다. 아버님 옆에 다다르면 잠자리에 있을 아들이 지게 지고 나타난
손녀 백일이 다가왔을 때 과연 무엇을 선물하느냐가 고민이었다. 백일 반지를 사야 하는지, 백일 떡을 선물하여야 하는지, 수고한 며느리에게 옷 한 벌을 선물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며칠간 우리 부부는 고민을 하였다. 날짜는 다가오고 결국에는 백일 금반지를 하나 샀다. 금방에서 하는 말인즉 아기 금반지 하나 사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가만 생각하여 보니, 그것이 가장 간단하고 의미도 있어 보였다. 아들 집 거실 벽에는 풍선장식을 하였고 식탁을 벽면에 붙여서 제법 그럴싸한 백일 상이 차려졌다. 천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풍선으로 아이가
지난해에 따로 챙겨 둔 조그마한 씨감자들에 싹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른 봄이고 아직도 추위가 있는데, 감자를 심어야 할 것 같다. 파와 사계절 배추를 뽑아냈다. 퇴비를 두둑에 뿌리고, 삽으로 흙을 파서 다시 두둑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찬바람이 아직 떠나지 못한 밭에는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이 남아 있었다. 두둑을 곱게 만들고 씨감자를 심었다. 순이 위로 향하게 하여 조심스럽게 하나씩 심어 나갔다. 순이 다치면 감자는 썩어 버리기 때문에 손놀림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세 두둑을 심고 나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아내의 목소리를 애
농촌생활에서도 노래를 듣고 즐기기는 마찬가지이다. 힘든 농촌의 노동 현장에서는 노래가 일의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농촌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억 속에는 ‘동백 아가씨’, ‘월남의 달밤’, ‘유정천리’ 등의 애창곡들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나뭇잎 배‘도 나의 애창곡에 들어 있었다. 각종 잔치나 행사에서 노래 한곡을 하라고 하면 나는 늘 위의 노래들을 목청껏 불렀다. 도시로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는 클래식을
우리 형제뿐만 아니라 일가친척, 심지어 동네 아이들의 이름도 아버님이 지어주었다. 나는 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름으로 인하여 좋은 일도 있고 곤혹스러운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한식이~~ 두식이~~ 삼식이~~’ 등으로 나를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버님이 주신 이름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지냈다. 친구들 중에는 제법 근사한 이름도 있었고, 이름 때문에 별명이 붙여져 놀림을 당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지인들 중에는 아버님이 지어준 이름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