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휴가로 필리핀을 찾았다. 새벽시간 클락국제공항(Clark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하여 숙소로 향하였다. 도시 기반 시설을 하는 듯 반듯한 도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더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안내자는 한국의 찬 공기가 내려와서 이곳의 기온을 떨어뜨렸다고 우스개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늦은 봄 정도의 날씨를 호흡하며 그래도 추위를 잠시라도 잊고 한해를 마무리하고자 하였다.청명하늘 속 하얀 구름 덩어리가 적당히 조화되어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었다. 하늘 속의 구름이 아름다운 수채화로 매일 머리 위에 나타났다
대학의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났다. 학생들의 합격소식을 받으며 큰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고, 제자들의 축하의 자리도 함께 하기로 하였다. ‘합격’ 그 소리를 우리는 얼마나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학입시 뿐이겠는가? 삶의 여정에 각종 입시와 시험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합격’이 주는 희열이 너무나 크다. 그래서 우리는 힘든 학업의 과정을 참고 견디며 도전하고 있다.서울 신림동 뒷골목에 자리한 조그마한 여관에 들었다. 아들은 내일의 면접 대비로 잠을 설치고 있으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챙기고 있지만 나는 ‘푹 자라’는 말 외에
고개를 드니 천왕봉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산록은 서서히 붉은 색조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울긋불긋 온갖 색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해발에 따라 단풍이 산 정상으로부터 내려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개울물이 만들어준 쌀쌀한 아침 공기가 온 몸을 개운하게 하여 준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 춘 어제 저녁의 여운이 잔잔하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초등학교 때의 모습이 하나씩 보이고 마음은 그때로 돌아간다. 순수하였던 우리들의 마음같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른 청명세상이다. 숱한 역사를 안고
아침 6시가 되니 밖이 훤하다. 이슬이 맺힌 풀잎들이 동쪽 하늘의 먼동을 보고는 촉촉한 물빛을 내기 시작한다. 발목과 손목에 토시를 하고 밀짚모자를 썼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었다. 이렇게 채비를 하여야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대문을 나서니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저 멀리 물리치고 있었다. 전정가위, 괭이, 예초기 등을 챙기고 우선 지난해 심었던 헛개나무 주변의 풀을 베고 정리를 하였다. 30cm 남짓한 어린 묘목을 심고는 훌쩍 떠난 주인을 원망하지 않고 풀덤불 속에서 살아 주었다.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내 키만
초등학교 때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일은 가축을 돌보는 것이었다. 소는 농사일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가축이다. 논밭을 갈고 일구는 일이 모두 그에 의존하여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누구네 집에 어느 정도 힘이 세고 덩치 큰 소가 있는가가 부자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소를 몰고 동네 뒷산으로 가서 풀을 먹이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일과였다. 우리집의 덩치 큰 소, 누렁소는 나의 말을 잘 들었다. 나는 그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소고삐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IAD)에서의 탑승으로 미국여정이 막을 내렸다.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온 날을 세어보니 정확하게 1년 만의 귀국이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격언을 들지 않아도 수없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유년시절부터 돌아보면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리고 헤어졌다. 잊혀진 사람도 수두룩하다. 기억에 없으니 세어 볼 수도 없다.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며 학업과 직장생활에서의 만남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들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잊혀졌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으로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대학은 주립과 사립으로 구분된다. 주립대학의 경우에는 해당 주에서 대학예산을 얼마로 편성하는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또한 해당 주 출신에 대한 장학 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해당 주 거주자의 경우는 약 1,800만원, 그 외는 약 5,100만원이다. 대학에 따라 등록금 차이가 크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높다. 부모의 재정 부담 능력이 일정 이하이면 학비가 면제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또한 풍부한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고 졸업 후에 갚아 나가는 제도도 정립되어 있다. 대학
지난 5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올린 세계은행 자료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0.84명, 홍콩은 0.87명으로 각각 200위와 199위였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이하 수준으로 급감하고 인구 대다수가 60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30일자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로는 통영과 군산 등 시군구 절반이 인구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통영시는 지난해
봄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오고 나면 여름으로 들어갈 것이다. 계절은 쉼 없이 흐르며 치열하였던 시간도 다시 일상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면 시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있다.나의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의 선거 구호는 선진조국 건설과 군정종식이 대중을 이루었다. 직접선거에 의하지 않는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 구성으로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경험도 하였다.군대를 제대하였을 때가 1979년이었고 복학을 하였을
봄을 부르는 것은 비다.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밤의 찬 기운도 없어진다. 마른 나뭇가지에 꽃이 피고 꽃무리가 만들어진다. 형형색색의 꽃무리는 꽃 덤불을 만들어 하늘을 뒤덮는다. 아름드리 가로수 위에 꽃만 존재하는 봄의 향연이 극치를 이룬다. 그 아래를 거니는 것으로 객지 생활의 향수를 달랠 수 있다. 고향에서 만났던 벚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를 여기서도 만나게 되어 외로움을 씻기에 좋다.뭉게구름이 편안한 날을 만들어 주고 구름 사이의 청명한 하늘이 눈길을 끈다. 하늘 높은 곳에 구름 궤적이 나타나며 비행기가 날고
지난해 11월 통영 지역신문에 수소교통 복합기지와 수소충전소가 설치된다는 소식이 있었고, 지난 3월 3일부터 통영 제1호 수소충전소가 설치되어 운영에 들어갔다. 수소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던 학자로서 귀가 솔깃한 뉴스이다.수소압축기 개발 국책연구를 수행하던 중에 일본 동경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를 견학하고 관련 기술자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동경과 인근에는 20여 곳의 수소충전소가 있었고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자동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국책 사업으로 자동차 제조기업과의 협업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봄베에
매일같이 쇼핑하는 코스트코(Costco)의 입구에는 구인 간판이 들어서 있다. 시간당 20,400원 (17달러)을 준다고 하며 즉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근의 식당과 카페에도 구인 간판이 곳곳에 있으나 쉽게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아이러니하게 건너편 도로 분리대에는 집과 직업이 없다며 돈 한 푼을 달라는 사람이 서 있다. 구구절절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손을 흔들면서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여 가게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미국 연방정부의 최저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밖에는 이미 눈 세상이 펼쳐졌다. 그리고 눈은 포근하게 계속 내리며 가는 바람결에 하늘거리기도 하였다. 나무 가지에 수북하게 쌓여진 눈은 하얀 꽃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였다. 집 밖을 나가 눈을 맞으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하얀 세상을 고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하늘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을 보기만 하여도 평화로웠다. 차량 위에도 도로에도 모두가 눈 천지이다. 이렇게 많은 눈이 계속 내리는 것은 처음이다.날이 저물어지자 전기레인지,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냉장고 그리고 집안의
기다리던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우송되어 왔다. 온라인으로 각종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3주 후 이른 아침 교통국(DMV) 주차장에서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서 1시간을 기다렸다. 건물 안에서도 1시간을 기다려 알아듣기도 힘든 질의응답과 스크린에 나타난 질문에도 답하였다. 시력검사기에 이마를 대고 눈을 떠보니 영문 스펠링이 나타났고 첫 번째 줄을 읽으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불빛이 양쪽에서 빤짝거리는데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손짓으로 양쪽이라고 하니 웃어주었다. 진행이 잘된 것 같지만 긴 기다림 그리고 혹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까하는
가로수 잎들이 가을빛을 담아낸다. 간밤에 내린 비가 가을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여 준다. 수목의 하늘 쪽 부분이 먼저 황금색으로 변하였다. 아래쪽에만 초록빛이 남아 있다. 가을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늘의 추위가 내려왔을 것이다. 우주의 찬 기운이 지구표면에 내려앉으면서 냉기가 오고 사람들의 움츠림이 시작된 것일 것이다. 아니, 땅 밑에서 올라온 것일 것이다. 땅 속에 있던 추위가 식물 뿌리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아니, 태양이 가져다 준 것이다. 지구의 공전으로 태양 빛이 가려져 추위가 왔을 것이다. 아니, 사람들의 마음에서 왔을
요즈음 미국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적인 물류 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25일 추수감사절을 대비하여 각 쇼핑몰에서는 물량 확보에 들어갔으나 애로가 많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상당수 물량이 아시아권으로부터 들어와야 하고 입항 항구인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에는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선들이 하역을 하지 못하고 둥둥 떠 있다고들 보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물류 대란을 해소하기 위하여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여기에 외국 기업으로서 유일하게 ‘삼성’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악관은 ‘미국 가정에 적
지인이 각종 그릇, 토스트기, 컵 등 살림살이를 차량에 한가득 싣고 3시간을 달려 왔다고 한다. 미국 생활에 대한 조언과 세상살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마운 분들이 세상에 이렇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교민들의 애환도 들을 수 있고, 자식 키우는 애로와 공부시키는 고충도 공유하면서 우리들의 이곳 생활을 응원하여 주었다. 공구 상점에서 피스를 구입하여 자동차에 번호판을 부착하였다. 이제 승용차 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버지니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29번 도로를 달렸다. 도로 주변의 자연 풍광이 좋다. 넓은 들녘에 한가롭게
기대 반 걱정 반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미국행이 결정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은 뒤로 하고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1인당 2개의 위탁 수화물을 챙기고 기내에 가지고 갈 배낭도 채웠다. 간장과 된장 등의 식자재를 챙겼지만 아무래도 미국 입국 검역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염려로 그대로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계절을 지내야 하니 옷가지, 이불, 식기류 등으로 이삿짐의 크기는 자꾸 커져만 갔다. 체중계를 이용하여 무게를 맞추어 가며 조금씩 들어내는 작업으로 항공사 규정에 맞추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코로나19 PCR 영문
집집마다 그 가정의 풍습이 있고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또한 같은 경우가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어떻게 어린 자식을 교육할 것인가는 정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자녀들은 하루 24시간 중에서 초등학교의 경우 6교시 정도 외의 18시간을 부모들의 의지에 의하여 교육되고 생활하게 된다. 집에서 지내든, 학원에 가든, 운동을 하든 그 모두가 부모의 권유와 지원으로써 이루어지니 결국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절대적인 위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해가 뜨기 전의 새벽 공기는 시원하다. 잠든 아내의 모습을 뒤로 하고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고 팔토시를 하였다. 밀짚모자는 농사일에 필수품이다. 무게를 느끼지 않고, 둘레창이 넓어 햇볕을 잘 가려 준다. 그리고 바람이 적당히 들락거리니 더운 여름날씨에는 안성맞춤이다. 예초기에 윤활유를 주입하고 충전된 전지박스를 메고 나선다. 형제들과 지인들이 오기에 마당 예초를 우선한다. 여름날의 풀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농부와 풀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예초를 하고 돌아서면 또 예초를 하여야 할 정도이다. 돌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이름 모르는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