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 있으나, 사실 심리소설 쪽에 가깝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하고 있는 이가 있을 수 있다. 나의 기억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애인이 살해되었는데 모든 증거는 나를 향하고 있다.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 또한 나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범인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다. 흥미진진하게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계속 꼬이고 궁지에 몰리는 주인공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이 소설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부흥하나, 청교도적 도덕은 후퇴한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검은돈으로 그럭저럭 부자가 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다.상류사회인 이스트에그의 초록색 불빛을 향해 손을 뻗는 웨스트에그 신흥 부자 개츠비는 은처럼 영광스럽게 빛을 발하는 데이지를 맹목적으로 욕망한다. 이는 부와 사회적 인정에 끝없이 목마른 우리를 형상화한다.“도시의 하늘 위로 줄지어 있는 창문들은, 조금씩 어둠이 내리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개를 든 사람에게 나름대로 인간의 비밀
최근 상위 1% 천재의 학습법을 연구한 결과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메타인지’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메타인지’란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텔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는 것. ‘메타인지’에 대한 기사를 읽고 떠오른 책이 [필사의 기초]이다. '메타인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고 나만의 필사를 해보는 것이 아닐까? 필사의 좋은 점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1.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2.차분한 마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어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 커지고 있다.푸른 하늘과 푸른 숲이 조화를 이룬 5월은 동물원으로 나들이 가기 좋은 달이다.존 리스고가 생상스의 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시티 발레단을 위해 대본을 쓴 것이 이 책 다.책의 그림을 그린 보리스 쿨리코프는 재치가 넘치는 예술적 감각으로 독자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부록 cd에는 빌 엘리어트가 지휘하고 로스엔젤레스 실내악단이 여러 동물의 특징을 재미있게 연주한 곡과 우리말 대사와 존 리스고가 낭송한 영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현재 글쓰기와 딱히 관계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 학습지교사를 꽤 오래 했고,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었고 시를, 혹은 소설을,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그런 나에게 종종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묻는다. “저도 알고 싶습니다만”이라고 말하며 권하는 책이 바로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다.글쓰기 강의에서 꺼내 보여주었던 보석 같은 글이 은유 작가의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펼쳐진다. 은유라는 필명은 니체를 읽으며 지었다고 한다.쓰기의 말들에서 글쓰기를 수
“그녀는 암울한 늪의 호수로 갔네. 그곳에서 밤새도록 반딧불이 등불을 벗 삼아. 하얀 카누를 저었지. 머지않아 나는 그녀의 반딧불이 등불을 볼 테고. 그녀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테고. 우리 삶은 길고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저자의 어머니는 가재가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대자연의 소리로 가득한 곳을 탐험해보라고 어린 오언스를 독려하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23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사자, 코끼리, 하이에나 같은 야생동물을
스승은 병중이시고 시절은 봄이다.속수무책의 봄을 맞고 보내며 시집을 묶는다.사랑은 나를 회전시킬까, 나는 사랑을 회전시킬 수 있을까,-허수경 ‘혼자가는 먼집’ 자서(自序) 중재작년 봄 이 시를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먹먹했고 잔인했던 봄을 견디고 다음 해 봄이 왔는데, 결국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김점용 시인의 1주기가 되었다. 내게 시를 쓰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2018년 가을날, 한옥 펜션 잊음의 작은 행사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함께 시를 읽었고 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막연하게 글을 쓰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은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에서 ‘영화로 환경 읽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을 주제별로 모아 엮은 책이다.공동 저자인 권혜선, 김찬국, 김희영, 안재성, 조성화는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하기를 기대한다.당장 하루하루가 너무 불편하고 피곤해 시도하기조차 어렵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누군가의 악랄한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일상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더 많은 자원을, 더 빠르게, 더 싼 가격에 소비하기
“밤에 무덤이나 축축한 땅 또는 고목이나 낡고 오래된 집에서 인 따위의 작용으로 저절로 번쩍이는 푸른빛의 불꽃”‘귀린(鬼燐)’이란 흔히 말하는 도깨비불이다.현직 신경외과 의사인 시인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더 위태롭게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봄꽃이 폭죽을 터트릴 준비를 하는 이 계절, 가까운 이들의 연이은 부고를 듣고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그야말로 멘붕의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하게 시집을 읽게 되었다. 스무 살 무렵 읽었던 무라카미 류의 소설집이 떠올랐다.코발트블루-시집 전체의 색깔이 그랬다. 영화 gloo
연세대 사학과 교수 설혜심이 집필한 는 애거서 작품 속 20세기 영국의 역사, 특히 전간기(戰間期 제1차 세계대전 종결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시기)의 사회와 문화를 다룬다.애거서의 소설은 주로 20세기에 집필된 것이지만, 그 내용은 19세기 말 제국의 영광과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바탕으로,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갈등, 일탈, 패배주의가 담겨있다.애거서는 다섯 살이 되기 전에 혼자 글을 깨우치고 독학으로 공부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로 일하다 과로로 건강을 해쳐 약제사가 된다. 독
3.9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선거운동이 극과 극을 달릴 때 서로 다른 정치성향으로 인해 친한 사람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기곤 했다.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여성가족부 폐지공약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선생님도 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우석훈 박사의 ‘슬기로운 좌파생활’에 들어가는 말과, 아들과 나의 현실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페미니즘을 휴머니즘의 비슷한 것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보다 좌파 쪽에 마음이 간다.이제 서태지를 따르던 신세대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으로 일상이 ‘혼돈’ 그 자체다. 매주 2배가량 신규 확진자가 늘어,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필수품이 되었다.대통령선거일인 3월 9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3만 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방역 패스(접종증명, 음성확인제) 시행이 중단된다.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외막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결합력이 달라져 감염력에 차이를 보인다. 이는 숙주세포에 더 잘 침투하여 개체를 늘리려는 진화다.의 저
부산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던 어제, 부산의 확진자 수까지 ‘안전안내문자’라는 이름으로 안내 받아야 했다.COVID19 창궐 이후, TV 뉴스는 제일 먼저 확진자 수를 알렸고, 인터넷, 미디어 어디에서도 이 소식을 듣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모두 두려워했고 서로 조심하자고 했으며 어느 순간 일상회복을 하기로 했다가 다시 오미크론으로 인해 일파만파 커져버린 이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김해를 지나며 김해시 확진자 수 977명, 부산을 지나며 6,536명이라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했다. 6,536의 숫자 안에 내가 들어
제20대 대통령선거는 3월 9일, 제8회 지방 선거는 6월 1일이다. 후보자의 능력과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다. 우리의 선택이 냉철한 비교분석에 따른 신중한 판단이 아닌 충동적인 오판이라도 투표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우리는 인간보다 인공지능을 더 신뢰하는 시대에 산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했다. 만약 오류로 가득한 우리를 대신해 인공지능이 투표한다면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벼룩은 자신의 몸의 200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매서웠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곧 싹이 돋고 꽃이 필 것이다. 어린 쑥을 캐서 바지락을 넣어 쑥된장국, 봄도다리를 넣고 쑥을 넣어야지.다가올 따뜻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손에 들어보자.쇼팽의 Nocturne을 들으면 잔잔하게 그리운 기억이 실려온다. 바람도, 구름도, 함께 듣던 이가 옆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에 곁을 향해 고개 돌려본 적 없는지?읽다가 듣다가 먼 산을 한번 보았다가 졸아도 좋지 않은가.‘맛있게 클래식’을 쓴 유승연은 첼로연주가인데 요리도 하고 클래식에 관한 칼럼을 연재했고 이번에
강구안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광장은 보수공사가 한창이고, 남망산 앞 바다에는 하얀 다리가 자리잡았다. 불현듯 강구안에서 톱과 시집을 팔던 톱할아버지 강갑중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2016년 그의 시집 강구안 희망가를 알게 되었다. 당시 장애인복지관에서는 매달 마을 콘서트가 열렸다. 네 번째 강사였던 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그는 오랜 세월 톱을 팔며 갈매기가 나는 항구의 풍경이 물든 시를 꾸준히 썼다. 차곡히 모인 보물이 책이 될 수 있게 도운 이는 당시 도천동 동장이었던 김순철이다. 둘의 인
새해가 되면 등장하는 낯익은 다짐들이 있다. 금연, 다이어트, 운동, 영어공부 등.나는 4년 전 1월 1일에 했던 소박한 다짐을 지금껏 잘 지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믹스커피를 끊겠다는 것이었다.최근 ‘탄소 독립’, ‘저탄소 운동’, ‘지구온난화’ 이슈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가축의 대량생산이 탄소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에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믹스커피 안녕에 성공한 다음 나는 비건 지향을 선언했다. 완벽한 비건이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혼자가 둘이 되는 순간만큼이나 365가 1이 되는 순간에 우리는 설렌다. 새하얀 여백에 새로운 다짐을 적으며 비상을 꿈꾸니 절로 비장해진다. 익숙한 속박을 끊고 낯선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방랑자가 되면 공기부터 다르다.포슬포슬하던 흙에 살얼음이 끼는 겨울이 되면 막연히 흰 눈을 그리워하게 된다. 텅 빈 노트를 닮은 순백의 설원이 주는 경이를 체험하고 싶어 마음이 간질거린다. ‘눈에 열광하는 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지병처럼 눈을 찾아 길을 나서고, 눈이 내리는 곳으로 가자는 초대로 호감을 고백하는 사랑꾼. 바로 여행 산문
왜 야구를 보는가? 왜 야구장엘 가는가? 통영에 사는 중학생이던 내가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TV중계가 유일했다. 스포츠신문을 정독하고 스크랩하는 것이 최고의 낙이었다. 롯데자이언츠가 염종석의 활약으로 우승을 한 1992년 이후 나는 더욱 야구에 빠져 롯빠의 생을 살고 있다.1984년, 1992년 롯데자이언츠는 두 번의 우승 이후 29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롯데는 우승을 했다. 사실 그때도 롯데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정규 시즌에서 롯데는 3위 팀이었다. 어쩌면
올해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이다.그는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탱고 작곡가다. 그는 누에보 탱고(Nuevo Tango)를 창시해 전통을 파괴했다는 거센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탱고를 전 세계에 알리며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았다.‘피아졸라, 위대한 탱고(2004)’의 저자 마리아 수사나 아치와 사이먼 콜리어는 피아졸라의 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그의 평전을 완성했다.1921년 3월 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 마르 텔 플라타에서 그는 태어났다. 탱고 애호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반도네온을 선물했다. 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