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의 사랑

 

시모네타 베스푸치 - 보티첼리가 평생동안 짝사랑 했던 여인 (자신의 후원하던 피렌체 페스푸치 집안의 안주인이었으나 22살의 젊은 나이로 결핵으로 사망)<br>
시모네타 베스푸치 - 보티첼리가 평생동안 짝사랑 했던 여인 (자신의 후원하던 피렌체 페스푸치 집안의 안주인이었으나 22살의 젊은 나이로 결핵으로 사망)

“내가 죽거든 그녀의 묘지 옆에 나를 묻어주시오”

보티첼리는 6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며 유언을 남긴다. 자신의 일생을 바쳐서 사랑했던 여인을 향한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독신으로서 여성에 대해 가졌던 그의 이상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신적인 존재로 작품 속에서 표현되었으며 이것은 당대의 보편적이고 세속적인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봄)’ 외 여러 작품에서 그는 고대 신화 속 미의 여신 비너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작품을 묘사했지만 실제로 그림 속 비너스의 모델은 보티첼리가 평생을 짝사랑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 1453년경 ~ 1476)라는 여인이었다.

시모네타 베스푸치는 르네상스 피렌체에서 최고의 미녀로 칭송받았던, 예술가들의 뮤즈였다. 그녀는 제노바의 귀족 카타네오(Cattaneo) 집안에서 태어나 16세의 나이에 피렌체 페스푸치(Vespucci) 집안의 마르코(Mark)와 결혼을 하는데 당시 페스푸치 집안은 피렌체 최고 명문이었던 메디치 가문과 교류하며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쳤고 그 부를 바탕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당시 보티첼리는 페스푸치 집안의 최고의 후원을 받는 예술가로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는 아름다운 미모에 상냥함과 지성까지 갖춘 후원자의 안주인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심지어 그녀는 보티첼리에게 매우 우호적이어서 작품 속 비너스의 모델이 되어주겠다는 대담한 제안까지 하며 그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22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에 걸려 죽음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비너스의 탄생’은 시모네타 사후에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이다. 시모네타는 4월에 죽었다. 그러므로 보티첼리의 작품에서 ‘봄’은 즐거움과 화사함이 주는 탄생의 기쁨과 함께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쓸쓸함과 애도가 함께 담겨있다.

부드러운 금발에 다소 창백한 듯한 낯빛을 한 작품 속 비너스의 모습은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죽어간 시모네타를 연상케 한다. 보티첼리에게 그녀는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의 존재였으며 그녀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신화 속 비너스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그는 66세의 일기로 숨을 거둘 때까지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여인의 얼굴에 자신만의 시모네타를 그려 넣었다.

작품 비너스의 탄생은 중세의 금욕적인 기독교적 윤리 사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표현한 르네상스 불후의 명작으로 수 세기 동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모티브가 되었으나 사실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한 여인을 그리워했던 위대한 화가의 순애보가 담긴 기록이다.

자신을 후원하는 부호의 안주인이었던 그녀에게 감히 사랑을 고백할 수 없었던 화가는 죽을 때까지 그녀를 자신의 그림 속 모델로 담아내며 사랑의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렇다면 보티첼리에게 ‘비너스의 탄생’은 계절의 여왕 ‘봄’과 같은 사랑의 탄생이 아니었을까?

1510년 화가는 죽기 직전 ‘시모네타의 무덤 근처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그리고 그의 유언대로 그는 그녀가 묻힌 피렌체의 오니산티 성당(Church of Ognissanti)에 묻히게 된다.

보티첼리는 그녀가 죽은 지 34년 만에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 자신만의 비너스인 시모네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예술적 숭고함으로 승화시켜 작품으로 담아내며 오늘날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으로 남겼다.

아름다운 봄날 보티첼리의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 속에 숨어있는 화가의 순수한 사랑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보티첼리의 르네상스는 다음 주에 계속된다.

피렌체의 오니산티성당- 보티첼리의 무덤이 있는 곳 (보티첼리는 죽기직전 본인이 사랑했던 여인 시모네타의 발치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화가의 마지막 소원대로 이 성당안에는 시모네타의 무덤도 있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