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언저리에서 밀고 오던 바람과

난장하던 이들 가운데서 어지럽던 나에게

어깨를 눌러 앉게 하던 햇살이

열어 둔 꽃잎으로 우주의 방정한 속을 보여준다

미혹하던 그것은 빨갛게 번져 있는

커다란 입술로 변해 있고

터트리지 못한 반쯤의 눈매가

꽃이라던.

꽃잎이 벌어지다 숱하게 방사한

모든 말들이 정원에 다시 뿌려지고

품고 있었던 벌 나비가

씨를 쪼아 나른다

부풀어 내민

마침내 한 촉 잎도 꽃이 되는 순간을

새 한 마리 데려다 보여 주는 상상에

비집고 나오는 저 통통하고 변태한 잎

꽃보다 먼저 붉어졌다

*안스리움 : 초록색의 넓은 잎과 빨간꽃(분홍색)처럼 생긴 헛꽃의 색이 대비되어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이 헛꽃이 볼품없어 보이는 미색의 가운데 꽃을 돋보이게 한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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